한 장의 비누로 백 가지의 사유를 – 프랑시스 퐁주의 "비누"
한 장의 비누로 백 가지의 사유를 – 프랑시스 퐁주의 "비누"
  • 박민호
  • 승인 2022.04.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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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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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자료
사진=한송희 에디터 자료

비누. 그것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몸을 씻는 데에 쓰이고, 요즘은 잘 쓰이진 않지만 손빨래를 하는 데 쓰인다. 사실 그 이외의 발상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문학가,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에게는 다르다. 우리에게는 흔하디 흔한 비누일지라도, 그에게는 사유의 대상이고, 시상(詩想)이며, 풍자의 훌륭한 도구이다.
 
프랑시스 퐁주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사물 시’를 쓰는 시인이다. 물론 사물을 시상으로 삼아 시를 써내는 작가들은 무수히 많으나, 그의 시를 접한 이들은 하나같이 ‘낯설다’라고 느낀다.
 
퐁주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사물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이 아닌, 세밀한 관찰과 과학적인 분석, 그리고 세상에 대한 통찰이 곁들여진 하나의 수상록에 가까운 작품이다. 천천히 곱씹어보자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번에 그가 펴낸 <비누> 역시 마찬가지다. 260장에 달하는 수많은 페이지는 모두 비누에 관한 것들이다. 목차도 특이하다. 9장부터 시작하여 209장에서 끝맺는 거대한 파트를, 퐁주는 그저 ‘비누’라는 제목 하나로 모든 이야기를 묶어놓았다.
 
처음에는 비누의 부드러운 감촉을 찬미하면서, 비누의 객관적인 모습, 추상적인 상념, 다양한 상황에 놓였을 때의 변화, 분자 단위로써의 화학적 특성까지 모조리 짚어내며 그의 시와, 수필과, 에세이를 수놓는다.
 
사물에 대한 깊은 고찰, 그것으로 펼치는 프랑시스 퐁주의 세계는, 시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흥미로워할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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