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영상]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 최희영 기자
  • 승인 2022.04.27 15:32
  • 댓글 0
  • 조회수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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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집부터 지금 세 번째 시집까지 십오, 육년 세월이 걸린 것 같아요."
"저는 몇 번째 시집이다, 이런 의미보다는, 시집 자체가 연작시라고 생각해요. 제 삶의 궤적에 따라서 같이 흘러오기 때문이에요."

-젊은 날, 밥벌이를 위한 삶의 여정이 신산했지요?

김 시인 :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부터 밥을 벌러 나간다는 생각으로 나섰죠. 아주 잠깐 화이트칼라였다가 30대 초반부터 몸에 문제가 생겨서, 인공심박동기도 넣었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렇게 건강에 이상이 왔어요. 그 공백기간에 다시 시를 쓰고 읽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다시 안정적인 직장으로 돌아가는 걸 포기했어요. 시를 쓰기 위해서 포기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삶이 그렇게 흘러가게 됐어요.

제가 쭉 돌아보니까 한 십여가지 정도 직업을 가졌던 것 같아요. 거진 비정규직이고 일도 험했는데, 생각해보면 제 시의 모티브가 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한 개인의 삶으로 돌아보자면 고단했던 삶이었죠.

- 뒤늦게 고향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고향에 대한 시가 많지 않아요. 시인에게 고향 울진은 어떤 곳인가요?

김 시인 : 고향이지만 여전히 낯선 곳이에요. 제가 두 번째, 세 번째 시집을 울진에서 쓰긴 했지만, 향토적인 색상을 드러낸 시는 거의 없어요. 두 번째
시집도 역시 저의 개인적 서정이라던가 노동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위주죠. 고향을 배경으로 시를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쓰진 않아요.

왜냐면 아직까지 고향에 대한 정주심이 없기 때문일 거에요. 아마 어미니가 여기 안 계시다면 내가 고향에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면 저는 없었을 것 같아요.

- 박경희 시인은 해설에서 '일 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무던히도 자신을 돌아봤고, 벼 바심 끝난 논바닥에 내려온 눈 까만 고라니의 발걸음으로 어느 날, 조용히 세 번째 시집을 들고 왔다' 고 했습니다. 그 1년이란 시간 동안 시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김 시인 : 원래 이 시집이 출판사하고 계약해서 발간되어야 될 시점은 2020년 10월에서 11월경이었어요. 그런데 그 해에 돌발적인 일이 일어났죠.

제가 공황장애가 왔어요. 그때는 중장비 기사를 막 하고 있었을 때였늗네, 너무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 보니 폐쇄공포가 온 거에요.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니 공황장애였죠.

시를 쓸 상황이 아님에도 어찌어찌 초고 45편을 끌어모았는데, 이건 도저히 시집에 넣을 수 있는 시가 아니었어요. 1년동안 건강을 회복하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일하며 버려진 개, 고양이들을 구하면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그 1년동안 완전히 새롭게 시를 썼죠.

- 시, <유기동물 보호소>의 마지막 행 '슬픔은 다 같이 슬퍼야 견딜 수 있다'를 통해 시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요?

김 시인 :  제가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도 느낀 건데, 슬픈 일들은 다 같이 슬퍼야 사실 견딜 수 있는 거에요. 그것이 어떤 특별한 무슨 메시지를 준다기보다, 그냥 시대에 어떤 기록으로서 슬픈 것은 슬픈 대로 그냥 기록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경북 울진의 어느 산등성이에 독특한 통나무집 한 채가 있습니다. 시인의 집인데요, 얼마 전 불어닥친 엄청난 화마도 비껴간 집이지요. 이 통나무집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김 시인 : 아버지가 거의 삼 년 정도 걸려서 지으신 집이에요. 설계 도면도 그냥 스케치북에 그려서 지은 집이세요. 건축 쪽은 아니었는데 그쪽으로 손재주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사실 삶의 방식이 달라서 반목하던 사이였죠. 저는 딱히 지켜야 할 게 없었던 사람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지킬 게 생긴 거에요. 아버지가 남긴 집이나, 어머니도 그렇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염을 했는데, 아버지 얼굴을 잡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우리 어머니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아마 이 집에서 제 생을 마감할 것 같습니다.

-김명기 시인에게 '시'는 무엇인가요?

김 시인 : 저는 대중성 시인도 아니고, 시가 제 삶의 중심도 아니에요. 그냥 삶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어쨌든 제 50년 인생에서 시란 20년을 꾸준히 따라왔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은 그래요. 늘 사람이 먼저이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 우선이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시라면, 시는 인센티브같은거죠.

 

김명기. 경북 울진 태생. 2005년 계간 《시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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