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직접 겪으며 전쟁의 참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전쟁일기”가 한국에서 출간됐다.
책을 쓴 올카 그레벤니크는 우크라이나 하리코프(하리키우)에서 태어나 그림책 삽화를 그리며 활동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로, 9살 아들 표도르와 4살 딸 베라를 키우는 두 아이의 엄마다.
책에는 글과 함께 지하 대피소에서 체스를 두는 아이들, 폭격으로 흔들리는 건물, 텅 빈 도시의 모습 등 전쟁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럽고 불안한 모습들을 그린 스케치가 실려 있다.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의 그림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충 휘갈긴 듯한 그림들은 긴박한 전쟁 상황에 놓인 불안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미사일이 옆집에 떨어졌다. 두려움은 아랫배를 쥐어짠다. 날이 갈수록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진다.”
작가는 두 아이와 함께 피난 생활을 하며 매일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인들에 대한 혐오를 품지는 않는다. “나는 사람을 민족 소속으로 나누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기차 표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 준 러시아 사람이 폴란드에서 러시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전쟁이 터진 이후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이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난민의 시선에서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전쟁일기”를 통해서, 독자는 전쟁을 더 이상 텔레비전 화면 너머가 아닌, 직접 마음으로 경험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