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눈물 젖은 세상, 신철규 시집 “심장보다 높이” 출간
슬픔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눈물 젖은 세상, 신철규 시집 “심장보다 높이” 출간
  • 이승석
  • 승인 2022.06.16 00:27
  • 댓글 0
  • 조회수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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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위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의식이 닫혔습니다. ‘나’라고 하는 축소된 존재에 대한 고민들을 시집에 담았죠”
 
2019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신철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지난 4월 1일 창비시선으로 출간됐다. 2017년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이후 5년만이다. 전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에서 시인이 사회적 차원의 슬픔을 조명했다면, 이번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는 인간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들과 타인과의 소통에 집중한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뉴스페이퍼에서는 시클창작특강반의 주최로 신철규 시인의 신간 출간 기념 저자 사인회가 있었다. 시클은 하린시인이 운영하는 시창작 모임이다.
 
첫 시집을 냈을 때와 비교해서 이번 두 번째 시집을 낸 지금, 시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했냐는 독자의 질문에 시인은 “(첫 시집 때는) 사회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노력했고 세계를 위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의식이 있었는데 그것이 닫혀버렸다”면서, 코로나 이후 타인과의 소통이 줄어들고 “서로를 괴롭게 만드는 복잡한 말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왜 이것밖에 되지 못하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이러한 고민은 서로 상처를 주며 어긋나는 소통의 모습들을 통해 시에 드러난다. ‘흐르는 말’에서 시인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비난하게 된다”고 말하며, ‘침묵의 미로’에서는 걸려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불안해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갇힌 사람’에서는 “두꺼운 유리판을 사이에 두고/두 사람이 서로를 갇힌 사람이라고 부른다./넌 갇힌 사람이야”라며 소통이 불가능한 두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인은 상처를 혼자 속으로 삼키며 사람들에게서 숨어버리기보다는 타인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자 한다. ‘뜨거운 손’에서 “연고자가 없는 묘비를 쓸고 가는 흐린 손바닥처럼//당신의 볼에 붙은 속눈썹을 조심스럽게 떼어낼 때/감은 눈 틈으로 검은 눈물이 흘러나온다”라고 말하듯 신철규 시인에게 슬픔이란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모두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또 같이 슬퍼하면서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집된 빌라의 공중에 떠 있는 비행운을 향해 빌었다
인간을 증오하지 않게 해달라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다시 인간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나 아닌 누군가를
-‘복잡한 사람’ 중
 
이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시를 쓰는 그의 방법론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시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시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을 숨기고 감추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답답했어요. 관념 자체 때문에 오히려 시를 불투명하고 흐릿하게 만들어서 본인만 아는 시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는 시인 자신에게만 갇히지 않고,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집의 마지막 시 ‘엔딩 크레디트도 없이’는 옥상에서 우연히 새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흙에 묻어주는 장면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옥상에서 바라 본 도시의 모습은 ‘상한 우유를 쏟은 개수대처럼“ 뿌옇게만 보인다.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린 도시의 삭막한 슬픔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비닐장갑 낀 손으로 새를 들어올리고 손바닥으로 작은 생명의 죽음을 느낀다. 시인이 슬픔에 집중하는 것은, 슬픔이 치유의 매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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