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으로 나가려는 물고기 자세르 하고
오래된 집을 떠난다.
거기 사는 시계들
창문을 열어 줄 것이다.
- 여는 글, 최문자

다시 해바라기밭으로 간다.
바깥으로 나가려는 물고기 자세르 하고
오래된 집을 떠난다.
거기 사는 시계들
창문을 열어 줄 것이다.
- 여는 글, 최문자
올해 팔순을 바라보는 최문자 시인이 신간을 냈다.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민음사).
어딘지 쓸쓸해보이는 제목의 겉면을 펼치며 그 시를 읽으면, 메마른 듯 지독한 외로움과 체념이 느껴진다.
최문자 시인은 올해로 40여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시인이다. 길었던 그녀의 문학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듯한 이 시집은 어딘지 심상치 않다. 특히 마지막 4부는 <끝>으로 시작하여 <재>라는 시로 마무리한다.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유언장과도 같은 분위기에 스산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최 시인은 2014년 이미 폐암 2기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리고 수술대에 오르기도 전, 반평생이 넘는 세월동안 함께한 남편을 심장마비로 떠나보냈다. 비극 앞에서 지독한 슬픔을 겪으며 그녀가 깨달아온 것들이 이 시집 안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리토르넬로(Ritornello)란 클래식 음악 용어로, 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것을 뜻한다. 함께함과 홀로 있음이 반복되는 그것이 인생이라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리토르넬로란 리토르노(Ritorno)에서 유래한 단어기도 한데, 이 리토르노는 ‘복귀’를 뜻한다.
리토르넬로 형식의 협주곡은 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된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반복되다가, 곡은 언젠가 끝난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펴낸 이 시집에 ‘만약’이 있다면, 그녀는 어떤 시로 돌아올 것인가.
■작가약력
서울 출생. 1982년 <현대문학> 시 부문 등단.
시집 <나무고아원>, <파의 목소리> 등 다수
산문집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협성대학교 총장
배재대학교 석좌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