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소설의 불법 공유. 일본은 이렇게 대응한다
만화, 소설의 불법 공유. 일본은 이렇게 대응한다
  • 박민호
  • 승인 2022.07.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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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경제산업성 특허청, 자국 컨텐츠 시장 보호에 총력
- 외교력 동원해 “해외 정부 압력” 명시한 대응체계

지난 2018년 5월 23일, 부산지방경찰청은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진을 체포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밤토끼가 폐쇄되고, 유사 사이트인 ‘장시시’의 운영자 또한 검거되며 웹툰 불법 공유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있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웹툰 불법 공유는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만을 불법 공유하던 ‘뉴토끼’가 웹소설로 그 손을 뻗치며 ‘북토끼’란 이름으로 파생 사이트를 개설하여, 웹툰·웹소설 등 컨텐츠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검경을 비롯한 수사기관과 정부는 속 시원한 해결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당 사이트들의 서버가 있는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저작권보호원이 <2020년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만으로도 이용자의 49%가 해당 사이트의 이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arning.or.kr>라는 문구로도 유명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의이 바로 그 예다.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의 불법·유해사이트 차단 페이지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의 불법·유해사이트 차단 페이지

그러나 방심위의 불법 사이트 차단은, 성인물·도박 사이트에 엄격한 것과는 달리, 상기한 불법 웹툰·웹소설 공유 사이트에 대해서만큼은 미진하다. 방심위는 과거 불법 공유 사이트 ‘마루마루’에 대한 차단 요청도 무시하여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되돌아보아야 할 나라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이다.
한국은 문화를 비롯한 컨텐츠 시장의 형성에 있어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일본의 만화, 소설 시장에는 불법 공유가 없을까?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도쿄 나카노 구에 위치한 쇼핑몰 나카노 브로드웨이(中野ブロードウェイ).아키하바라에 이어 각종 서브컬처 관련 상품이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다.[사진제공=박민호]
도쿄 도 나카노 구에 위치한 쇼핑몰 나카노 브로드웨이(中野ブロードウェイ).
아키하바라에 이어 각종 서브컬처 관련 상품이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다.[사진제공=박민호]

■ 11조 엔이라는 거대한 바다... 해적판(海賊版) 판쳐

일본의 컨텐츠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11조 6975억엔으로, 동년 기준 14조 2천여억원을 기록한 한국 컨텐츠 시장의 약 8배에 달한다. 

한국 출판시장의 2020년 매출인 4조 8,080억원은 일본 상반기 출판시장 매출인 7억 9천억엔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며, 동년 기준으로 만화/웹툰 시장은 5.7배가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시장에 그림자가 없을 수는 없다. 속칭 ‘해적판(海賊版)’이라 불리는 불법 공유물과, 이를 공유하는 ‘리치 사이트(リーチサイト)’사례는 일본에서도 골칫거리이다.

 

[캡처] 일본 출판공보센터
[캡처] 일본 출판공보센터의 '해적판' 피해사례 발표 페이지 

일본 출판공보센터(日本出版公報センタ)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과거 해적판 만화를 불법 유통하던 ‘아득한 꿈터(はるか夢の址)’로 인한 피해액은 누적 731억엔(한화 7천억 원 가량), ‘망가무라(漫画村)’로 인한 피해액은 누적 3,200억엔(한화 3조 원 가량)이며 그 접속량만 해도 월간 1억 7천만회라고 한다.

또한 4월 23일, 불법 공유 사이트 ‘만화BANK (漫画BANK)’를 추적한 NHK의 특집 다큐멘터리 ‘클로즈업 현대(クローズアップ現代)’ 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리치 사이트의 해적판 공유로 인한 피해는 최소 1조 엔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2021년 일본 만화의 정규판매 수익 6,700억엔을 웃도는 수치로써, 전년도 2020년보다 5배 가까운 피해규모다.

 

과거 해적판을 공유했던 '리치 사이트'로 유명했던 『망가무라』.현재는 폐쇄되어 볼 수 없다.
과거 해적판을 공유했던 '리치 사이트'로 유명했던 『망가무라』.현재는 폐쇄되어 볼 수 없다.

■ 일본 정부와 만화가들의 ‘망가무라(漫画村)’ 합동 사냥

과거 일본의 대표적인 리치 사이트였던 ‘망가무라(漫画村 : 만화촌)’는 2016년 개설되었다.

등장한 지 1년만에 접속자 1억 명을 돌파한 망가무라는 일본 만화계에 있어 크나큰 위협이었고, 사단법인 일본 만화가협회, 사단법인 망가재팬 등 시민단체들이 행동에 나섰다.

문화산업에 민감한 일본 정재계의 반응은 기민했다. 2018년 2월, 일본국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망가무라로 인한 업계의 피해가 안건으로 올랐다. 이듬달 3월에는 자민당의 지적재산 전략 조사위원회에서도 해당 안건을 회의 자료로 올렸다.

그리고 동년 4월, 망가무라가 공론화된 지 2개월 만에 일본 내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수상관저에서 진행된 회의록. 제목은 [인터넷상의 해적판 사이트에 대한 긴급대책(안)' 등에 대하여]
일본 수상관저에서 진행된 회의록.
제목은 [인터넷상의 해적판 사이트에 대한 긴급대책(안)' 등에 대하여]

일본 정부 산하 지적재산본부(知的財産戦略本部) 및 내각부에서 망가무라, miomio, 애니튜브 등 리치 사이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아동 포르노에만 한정되었던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차단을, 만화나 영화, 소설 등 저작권 침해 사이트로 그 대상을 확대키로 결의한 것이 주요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당 ISP인 ‘Cloudflare’가 있던 미국에 외교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직접 압박을 시행한 것이다.

Cloudflare측은 일본 정부의 압박에 반발하였지만, 일본 만화가들과 변호사 단체 또한 행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 연방법원을 통해 ‘Cloudflare’에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했다.

 

망가무라의 운영자 호시노 로미(星野路実)가 후쿠오카 경찰에게 연행되고 있다.[출처=朝日新聞]
망가무라의 운영자 호시노 로미(星野路実)가 후쿠오카 경찰에게 연행되고 있다. [출처=朝日新聞]

동년 8월 16일, 이러한 압박에 굴한 Cloudflare가 원고 측 만화가 타카미 치히로와 변호사 나카지마 히로유키에게 망가무라의 접속 기록을 넘겨주었고, 이를 수사하던 후쿠오카 경찰은 운영자를 확정할 수 있었다.

결국 이듬해 7월 경, 망가무라의 운영자 호시노 로미(星野路実, 무직)가 필리핀 마닐라의 입국관리소에서 체포되었고, 9월 24일에는 후쿠오카 경찰서로 이송되었다. 

 

도쿄도 치요다구에 위치한 일본 특허청(JPO). [출처 = Aisa nikkei]
도쿄도 치요다구에 위치한 일본 특허청(JPO). [출처 = Aisa nikkei]

■ 해적판 유통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체계

일본은 2009년부터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사적 사용 목적이라도 불법 저작물을 다운로드 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 외국 (外局) 특허청은, 2017년도부터 모방품ㆍ해적판 대책의 상담업무에 관한 연례보고서(模倣品·海賊版対策の相談業務に関する年次報告)를 매 해마다 꾸준히 발표해 오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상표권, 저작권 등 전체적인 지식재산권의 피해 사례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정부가 구축해놓은 대응 체계다. 
‘정부 모방품・해적판 대책 종합창구(政府模倣品・海賊版対策総合窓口)’가 그것이다.

 

日 특허청이 매년마다 공개하는 「모방품ㆍ해적판 대책의 상담업무에 관한 연례보고서(2022)」 요약본.
日 특허청이 매년마다 공개하는 「모방품ㆍ해적판 대책의 상담업무에 관한 연례보고서(2022)」 요약본.
형광색으로 표시해 놓은 "외국 정부기관에 대한 압력과 협력"을 우회적으로 명시해 놓은 점이 인상깊다.

특허청 산하에 설치된 모방품대책실(模倣品対策室)은 모방품과 해적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며, 이를 위해 민간기업과 협동하고 피해 업체 혹은 피해자와 상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같은 특허청 산하에 있는 국제협력과(国際協力課)는, 만화·소설·영화 뿐 아니라 산업지적재산권 전반에 관한 피해 사례를 조사한다.

또한 일본에서 발생하는 모방품·해적판에 대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계도하며, 외국으로 진출한 산업재산권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외에도, 대책 종합창구에는 경찰청, 법무성, 외무성 등 8개 성·처의 분업이 명시되어 있어, 그 시스템의 거국적이면서도 정교함을 짐작케 한다.

 

주간 『소년 점프』에서 제작한 "NO!! 해적판" 캠페인 포스터.[출처 = 集英社]
주간 『소년 점프』에서 제작한 "STOP! 해적판" 캠페인 포스터.[출처 = 集英社]

■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인식 변화. 해적판은 도둑질한 ‘장물’과 같아”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컨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공유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그릇된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해적판 등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썼던 A씨는, (불법 공유에 대해) “그런 정도로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가?”라고 말했던 사회 지식인이나 상류층 사람들도 흔히 만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마치 ‘불법 공유는 문제가 아니며, 저작권법 상으로도 허락된 것’ 인양 법과 제도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도 만연해 있으므로 이것에도 큰 수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한 “돈을 들여서 제작된 콘텐츠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열소비하는 것은 결국 강도나 절도와 같은 것”, “불법으로 만들어진 영상물이나 만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장물’을 소비하는 것과 같다는 대중적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도쿄 서브컬쳐의 성지 아키하바라(秋葉原)[출처 = Wallpaperflare]
도쿄 서브컬쳐의 성지 아키하바라(秋葉原)[출처 = Wallpaperflare]

마지막으로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장기간에 걸친 캠페인, 위법을 저지른 소비자에 대한 처벌, 장물을 조직적으로 유통시킨 업자에 대한 자산 몰수와 구속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계속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내심입니다. 해적판 문제는, 시스템의 발전에 인간이 가진 인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병폐입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반드시 널리 필요합니다.”

이렇듯 일본의 사례처럼, 국가에서 콘텐츠를 국가기반 사업으로 인식하고 이로 인한 불법적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외교적 조치가 필요한 만큼 정부과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등 범 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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