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저작권 도난 사건 발생! 국립국어원과 웅진북센 ‘문어 말뭉치 사업’에 허가 없이 자료 사용해
국내 최대 저작권 도난 사건 발생! 국립국어원과 웅진북센 ‘문어 말뭉치 사업’에 허가 없이 자료 사용해
  • 이민우 이승석
  • 승인 2022.08.25 01:38
  • 댓글 0
  • 조회수 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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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간담회
사진= 간담회

 

국내 최대 규모의 저작권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국어원이 진행하는 ‘말뭉치 사업’ 중 ‘문어 말뭉치 사업’에 작가와 출판사의 저작물이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말뭉치 사업은 지난 2019년 국립국어원이 인공지능 및 언어 처리 산업 발전, 국어 연구 등에 필요한 대규모 공개 말뭉치 구축을 위해 발주한 사업이다. 웅진IT사업본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체 사업을 수주 총괄하고, 웅진북센이 콘텐츠 소싱을, 웅진IT와 MOS가 IT 시스템 및 AI 솔루션 구축을 맡았다.

이 중 웅진북센이 수집한 콘텐츠가 저작권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지난 3월 제기됐다. 이후 다른 여러 출판사들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웅진북센이 2010년 양수한 ‘북토피아’의 콘텐츠 1만 6천여 종의 책과 콘텐츠를 말뭉치 사업에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북토피아는 1999년 120여개 출판사가 자본금을 모아 설립한 전자책 출판사다. 한때 국내 최대 전자책 출판사로 전자책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2010년 경영난으로 파산 선고를 받았고, 이후 웅진북센이 북토피아의 콘텐츠를 포함한 영업 자산을 양수했다. 하지만 웅진북센은 북토피아를 인수하면서 저작권과 콘텐츠 이용권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진북센은 저작권 동의 없이 말뭉치 사업에 북토피아에 등록돼있던 전자책들을 사용한 것이다. 현재 웅진북센이 스스로 파악해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188개 출판사의 콘텐츠를 도난한 것으로, 단일 사건으로는 전례 없는 규모의 저작권 도난 사태다.

저작권법 136조에 의하면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서 ‘국립국어원 “문어 말뭉치 사업”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한 출판사·웅진북센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20여개 출판사가 참여했다. 현재 출판사와 작가들은 자신이 피해 대상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간담회에는 주로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출판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웅진북센은 저작권 도난 사태에 대해 ‘실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웅진북센 측은 “(북토피아로부터 콘텐츠를 양수받으면서 해당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것으로 오인했다”며 “저작권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직원이 실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다수의 출판사 대표들은 웅진북센이 어느 날 갑자기 책을 사용했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했다. 말뭉치 사업에 해당 출판사의 콘텐츠를 사용했으니 비용을 정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웅진북센이 어떤 기만이나 사기의 의도를 가지고 처음부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후의 처리 과정을 보면 (실수라는 말도)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 도난이라는 잘못에 대해 인정과 사과 없이 ‘정산하겠다’는 말만 하는 것은 실수한 사람의 대처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안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웅진북센 측은 무단 사용된 북토피아 콘텐츠에 대해 다른 저작물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기준(전자책 정가의 70%×3Copy)으로 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출판 관계자가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냐, 정산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미 정산을 마친 업체도 있다”며 피해보상의 개념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가운데 출판사들은 국립국어원과 웅진북센을 고소해 처벌을 받게 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립국어원 또한 사실상 저작권이 도난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출판사들이 국립국어원에 콘텐츠 무단 사용에 대해 문의하자 국립국어원의 답변 대신 웅진북센의 연락이 오는 등, 국립국어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웅진북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측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것은) 주식회사 웅진과 웅진북센 사이의 계약이고 국립국어원은 결과물을 납품받았을 뿐”이라며 “국립국어원도 피해를 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말뭉치 서비스 자체를 중단할 수 없지만 “문제가 된 부분의 문어 말뭉치 서비스는 현재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피해를 입은 1,188개 출판사 중 절반에 가까운 501개 출판사가 이미 폐업한 상태다. 이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어떻게 이뤄질지 또한 미지수다. 피해 규모가 워낙 광범위해 작가들은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웅진북센은 빠른 시일 내에 도난한 콘텐츠 내역과 피해 출판사들과 작품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출판사들은 자신의 저서와 작품이 도난당했다는 이야기를 작가들에게 어떻게 전해야할지도 막막하다면서 국립국어원와 웅진북센에 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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