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핀 시리즈, 이혜미 시집 '흉터쿠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이혜미 시집 '흉터쿠키'
  • 이성경
  • 승인 2022.09.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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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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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를 찍어내고 남은 반죽을
쿠키라 할 수 있을까

 

사진=한송희 에디터 작업
사진=한송희 에디터 작업

 

<쿠키를 찍어내고 남은 반죽을
쿠키라 할 수 있을까>

쿠키를 찍어내고 남은 반죽이란 시인의 흉터 그 자체였을까, 깊게 패인 상흔 주변의 살점이었을까.
이혜미 시인의 시 ‘흉터 쿠키’는, 시인 자신의 흉터를 세상에 투영한 자전적 시다.
시인은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창작의 원천을 발굴해 냈다. 그것은 시인이 받은 상처 너머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가짜 마음”이기도 할 것이며, 떨어져 나간 살점 주변의 “남은 반죽”이기도 할 것이다. 말하자면 시인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게 한 그 원흉이야말로, 시인에게 있어서는 창작의 원동력이며 열망으로 치환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혜미 시인의 시는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없게 만들었던 그 모든 상처는, 이제 시인 그 자신이 되었다. 이런 점에 있어서 흉터 쿠키에 수록된 시는 경험적인 공감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독자에게 있어서도 멀리 떨어진 비현실이 아니라, 발을 딛고 사는 세계 속에서 감당해야 했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이혜미 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알기 위해서 온갖 결핍을 견뎌내 왔다. 그 텅 빈 자리는 기어코 흉터가 되었으나, 그렇기에 창작으로 메워진 셈이다. 상처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이 아물기까지 견뎌낸 것이야말로, 그녀가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에 이혜미 시인의 시가 수록된 이유는 무엇일까?
핀 시리즈는 시인의 내면 읽기로부터 시작해, 그것이 곧 독자의 경험과 공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혜미 시인의 ‘흉터 쿠키’가 수록된 이유란, 시인들의 자유로운 사유공간이 독자를 치유할 수 있는 경험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혜미 시인은 “시를 지면에 실을 때마다 무대 위에 올라서는 기분”이라고 한다. 관객들 앞에서 “잊혀지고 싶지 않다”며 노래하던 가수처럼, 시인도 공감과 인정을 원한다. 나아가 공감과 인정은 우리 인간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연고이기도 하다.

시인의 시가 우리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하는 독자가 시인과 공명한다.
이혜미 시인은 ‘흉터 쿠키’를 통해 슬픔과 결핍, 사랑과 아름다움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생 속에 뒤섞이는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쿠키처럼 달콤하지만 때로 잘 부서지기도 하는 우리의 마음이 ‘흉터 쿠키’의 주제였다는 설명이다.

시인과 독자가 서로를 치유하는 ‘흉터 쿠키’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주제에 일맥상통하는 성찰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혜미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흉터 쿠키>를 통해 슬픔과 결핍, 사랑과 아름다움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생 속에서 뒤섞이는 순간을 그려내고 싶다고 전했다.  쿠키처럼 달콤하지만 때로 잘 부서지기도 하는 우리의 마음을 생각하며 읽어 주면 좋겠다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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