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동을 노래한 문인들,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출간
[인터뷰]하동을 노래한 문인들,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출간
  • 이성경
  • 승인 2022.11.30 17:06
  • 댓글 0
  • 조회수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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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유치환 ‘깃발’ 중
사진=한송희에디터 작업
사진=한송희에디터 작업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의 모습을 그 유명한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표현한 유치환 시인. 경남 통영 출신의 시인은 남해와 포구를 보며 이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경상남도 하동은 ‘하동 팔경’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남쪽으로는 남해, 북쪽으로는 지리산을 끼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어 다양한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와, 조선시대 전통 생활상을 유지하는 청학동 역시 이곳 하동에 있어 흥미로운 볼거리도 많은 지역이다.

경상북도 김천에서 자란 이승하 시인 문학평론가로서 평론을 하며 인연을 맺은 4명의 경남 문인의 평론을 엮어 평론집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를 펴냈다.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아닌 평론가로서의 이승하를 만날 수 있다. 통영이 낳은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와 하동이 낳은 이병주의 문학세계를 탐구한 12편의 글들이 책에 담겼다.

“나라 사랑, 국토 사랑이 별것이 아니다. 시로써 그 지역의 풍광과 풍물을 노래하면 그 지역의 내력과 풍광은 시와 더불어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이다” -본문 중

책에는 이승하 평론가의 풍부한 작품 해석은 평론은 물론, 김춘수 시인과의 대담도 담았다. 작품과 관련한 사진들도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경남을 대표하는 이들 문인 4명의 작품세계와 그와 관련한 창작의 배경과 사연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래는 이승하 평론가와의 인터뷰다.


질문 01
책에는 유치환 시인에 대한 글이 특히 많이 실렸습니다. 평론가님께서는 유치환 시인의 작품들 중에서 경남 지역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 
우리 고향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양지바른 뒷산 송백(松柏)을 끼고
남쪽으로 트인 하늘은 기빨처럼 다정하고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내가 크던 돌다리와 집들이
소리 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그 길을 찾아가면 
우리 집은 유 약국
행이불언(行而不言)하시는 아버지께선 어느덧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헌 책력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 옆에서
나는 끼고 온 신간(新刊)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귀고(歸故)’, 즉 ‘고향에 돌아오다’란 시의 전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마을 풍경과 생활이 영화의 몇 장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유치환은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한 소년이었고 아버지가 한약방을 한 것도 시에 나와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똑딱선이 오갔던 선창가를 그리고 있어서 유치환을 키운 것은 바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 02
평론가님께서 이번 책을 펴내시면서, 평론가님께서도 새로이 읽혔던 작품들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병주의 단편소설 중 ‘팔월의 사상’은 학병 시절에 대한 추억을 더듬은 작품이고 ‘변명’과 ‘정학준’은 친일파들을 단 한 명도 단죄하지 않은 이승만 정권에 대해 비판을 가한 소설입니다. 우리 소설문학사에서 친일파 단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거의 최초의 작가가 이병주라고 여겨지는데 이들 소설을 보면 친일파 군상이 광복 이후, 또 한국전쟁 휴전 이후 오히려 출세가도를 달리고, 자손들까지 호의호식하면서 떵떵거리고 살아갑니다. 민족을 배반한 이들을 단죄하지 않은 나라는 세계 역사상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하는데 건국 이후 최대의 치부에 메스를 들이댄 이병주의 놀라운 작가정신을 이번에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박경리의 ‘토지’에 대한 수많은 평론과 논문이 찬양 일변도여서 저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보았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이 여러 명 나오지만 제대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대다수 공리공담을 일삼는 패배한 지식인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격인 김환은 별당아씨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가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데 왜 자살하는지 이유가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고문을 엄청나게 당하며 동료의 이름을 대라고 요구받은 것이라면 자살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독립운동의 일환인 요인 암살도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해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하자면 조직이 필요하고 자금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한 배려가 소설에 없는 것은 작가 자신 연구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의 원한과 복수, 증오와 화해 같은 것이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고 있어서 저는 ‘토지’를 다른 많은 연구자들과 달리 역사소설로 보지 않습니다. 이 소설에 겁탈이나 불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지적했습니다. 별당아씨와 김환, 칠성과 귀녀, 강포수와 귀녀, 김평산과 함안댁, 조준구와 삼월, 용이와 월선 등 나 형사와 양을례, 김두수와 차생의 아내, 김두수와 심금녀, 우인실과 오가다 지로 등의 관계가 다 겁탈 내지는 불륜으로 이루어진 관계입니다. 정상적인 남녀관계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요. ‘토지’가 좋은 소설이지만 이런 문제점이 있어서 거론했습니다.   

질문 03
끝으로 뉴스페이퍼 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못하신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들 4명 문인은 모두 한국 근ㆍ현대사의 질곡을 껴안고 나뒹군 인물입니다. 일본 도쿄 경찰서 감방에서 6개월 동안 고초를 겪은 김춘수 시인이 전두환 정권 때 유정회 국회의원을 하고 전두환 예찬시를 쓴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고 우리들의 부끄러운 초상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에 한국 근현대 역사와 문학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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