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2)-이존오의 간신에 대한 증오심
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2)-이존오의 간신에 대한 증오심
  • 이승하
  • 승인 2022.12.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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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오의 간신에 대한 증오심

 

구름이 無心ᄐᆞᆫ 말이 아ᄆᆞ도 虛浪ᄒᆞ다

중천에 떠 이셔 任意로 ᄃᆞᆫ니면서

구ᄐᆞ야 光明ᄒᆞᆫ 날빗ᄎᆞᆯ 따라가며 덥ᄂᆞ니

 

(구름이 무심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떠 있어 임의로 다니면서

구태여 광명한 날빛 따라가며 덮나니)

 

이존오(李存吾, 13411371)는 고려 공민왕 때 우정언右正言이었다. 문서 관리와 자금 관리, 그리고 왕이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조언을 하는 관직이었다. 신돈辛旽에 대해서는 혁명가라는 평가와 요승妖僧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신돈이 왕의 후견인 격으로 권력을 휘둘러 귀족을 배제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펴자 권문세가에서는 이를 강력히 반발한다. 바로 그 권문세가의 대표적인 인물이 이존오였다. 신돈의 개혁정책에 반발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극형을 당할 뻔한 것을 이색李穡 등이 옹호하여 좌천되었을 정도로 그 당시 신돈의 권력은 막강하였다.

이 시조는 전체적으로 은유이다. 구름이 중천에 떠 이리저리 오가는 바람에 해를 가려 나무들이 햇빛을 못 받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름은 당연히 신돈이고 해는 공민왕이다. 좌천은 이존오에게 치명타였다. 어제의 부하에게 오늘은 명령을 받는 신세로의 전락이었다. 이존오는 벼슬을 내놓고 공주 석탄石灘에 가서 은둔생활을 하며 울분을 삭히다가 죽었으니 나이 고작 서른 살 때였다.

이존오에게 신돈은 간신배였다. 왕은 신돈에게 가려 왕으로서의 권위도 보여주지 못하고 선정도 베풀지 못한 채 끌려가고 있다고 생각해 이런 시조를 썼던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도 독재자 곁에는 아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통치자의 눈을 가리는 행위, 귀를 먹게 하는 행위가 중세에도 현세에도 있었다고 말해주는 국어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진=이승하시인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향일성의 시조 시학』,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인산시조평론상, 유심작품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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