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3)-탄로가의 원조, 우탁의 시조
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3)-탄로가의 원조, 우탁의 시조
  • 이승하
  • 승인 2022.12.0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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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에디터
사진=한송희에디터

 

탄로가의 원조, 우탁의 시조

 

ᄒᆞᆫ 손에 가시 들고 또 ᄒᆞᆫ 손에 막대 들고

늙ᄂᆞᆫ 길 가시로 막고 오ᄂᆞᆫ 白髮 막대로 치랴ᄐᆞ니

白髮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한 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 12621342)은 과거에 급제해 영해사록寧海司錄이 되었는데 영해(경북 영덕의 옛 지명)에는 팔령八鈴이라고 하는 신사神祠가 있었다. 백성들이 그 영험을 믿고 자주 제사를 지내고 재물을 바쳐 우상숭배가 심했는데, 우탁은 팔령신八鈴神을 요괴로 단정하고는 이 신사를 철폐하였다.

우탁은 1308년에 감찰규정監察糾正이 되었고, 충선왕이 부왕의 후궁인 숙창원비淑昌院妃와 간통하자 흰옷 차림에 도끼를 들고 거적자리를 짊어진 채 대궐로 들어가 끝까지 간언하였다. 그 뒤 향리로 물러나 학문에 정진했으나 충의를 가상히 여긴 충숙왕의 여러 번에 걸친 소명召命으로 다시 벼슬길에 나서서 성균제주成均祭酒가 되었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에는 예안禮安에 은거하면서 후진 교육에 전념하였다. 당시 원나라를 통해 새로운 유학인 정주학程朱學이 수용되고 있었는데, 이를 깊이 연구해 후학들에게 전해주었다.

우탁은 고려조의 대표적인 충신이고 학자였지만 이 시조는 늙음을 통탄하는 내용이다. 인간은 노화 방지를 위해 예전에도 애를 썼었나 보다. 인삼과 산삼, 온갖 약초와 보약을 구할 수 있다면 비용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저승사자의 방문을 겁내어 그의 접근을 막아보고자 한 손에는 가시를 들고 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물리치려고 한다.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했다. 이 얼마나 야속한 일인가.

많은 사람이 무병장수를 꿈꾸지만 그런 사람은 흔치 않다. 천수를 누린다는 것도 행운이고 병 없이 한평생 사는 것도 드문 행운이다. 우리는 대체로 생---사의 쳇바퀴를 돌리다가 간다. 이 시는 탄로가嘆老歌의 원조격인 시조인데, 사실상의 주제는 오늘을 붙잡으라는 것이다. 어차피 늙고 병들어 죽게 마련인 인생, 지금 이 시간을 열심히 사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주제가 숨어 있다.

 

사진=이승하시인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향일성의 시조 시학』,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인산시조평론상, 유심작품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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