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19)-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하므로 힘을 길러라
이승하 시인의 교과서에 실려야 할 옛 시조 30편(19)-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하므로 힘을 길러라
  • 이승하
  • 승인 2022.12.19 13:00
  • 댓글 0
  • 조회수 9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하므로 힘을 길러라

 

가노라 三角山아 다시 보자 漢江水

故國 山川나고쟈 ᄒᆞ랴마ᄂᆞᆫ

時節이 하 殊狀ᄒᆞ니 올동말동ᄒᆞ여라

 

(가노라 산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똥말똥하여라)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은 병자호란 때 예조판서였다.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대신들은 끝까지 싸우자고 주장한 주전파 김상헌의 명분론과 일단 항복하고 후일을 모도하자는 화전파 최명길의 실리론으로 팽팽히 대립하였다.

삼전도의 굴욕적인 항복으로 병자호란은 끝이 났고 김상헌은 고향 안동으로 돌아가 울분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고 있던 중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1639,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출병을 요구하자 김상헌은 분을 못 참고 출병하면 안 된다고 상소문을 올렸다. 이 일이 청나라 사신의 귀에 들어갔다. 청나라 황제는 김상헌을 잡아 오라고 명령을 내렸고 김상헌은 중국의 심양 등지에서 6년을 억류되어 살았다.

죄인의 신분으로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쓴 시조가 그 유명한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로 시작되는 위의 작품이다. 삼각산은 북한산의 옛 이름이다. 궁궐이 있는 한양을 뒤로 하고 북으로 끌려갈 당시에 나이 이미 일흔이었다. 그 나이에 추운 나라로 끌려가자니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시조를 한 수 써 부인에게 주고는 압송의 길에 올랐지만 그가 심양에 있을 때 부인은 죽고 만다.

다행히도 6년 만에 풀려나 조선으로 와서는 특별대우로 좌의정에 제수되었다. 효종이 즉위해 북벌을 추진할 때 그는 상징적인 인물로 대로大老라는 명칭을 하사받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

 

사진=이승하시인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향일성의 시조 시학』,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인산시조평론상, 유심작품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