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선 안 될 사람
이두의
왜 죽었냐고 물어봤더니
하늘에서 대답하길
말에 색을 입혀 이간질하는, 없는 말 꾸며가며 뒤통수치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간에 가서 붙었다 쓸개에 가서 붙었다 하는, 질 것 같으면 무조건 우겨대는
살면서
이런 사람 만나면
열받아서 단명한다
―『계간문예』(2022년 겨울호)에서

<해설>
중장이 아주 긴 이런 시조를 엇시조라고 한다. 종장을 제외한 어느 한 장이 평시조의 자수보다 많다. 조선조 후기에 많이 창작되었는데 현실비판과 인간풍자의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사설시조는 초장과 중장 다 길이 제한이 없이 길어진 시조를 가리킨다.
이 세상 사람 중에는 타인에 대해 덕담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다. 시인이 만난 사람 중 네 부류는 참 못된 사람들이다. 말에 색을 입혀 이간질하는 사람과 없는 말을 꾸며 뒤통수치는 사람, 사람이 아니라 돈의 향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줏대 없는 사람, 그리고 질 것 같으면 무조건 우겨대는 뻑골이도 있다. 이런 사람 옆에 있다간 속만 상하고, 손해만 보고, 결국 열받아서 단명한다.
우리 조상은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심판을 받는다고 보았다. 기독교에서도 생전의 행동에 따라 구원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았고 불교에서도 팔열지옥이 있다고 보았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 중 이상 네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으면 옆 사람은 울화병으로 일찍 죽게 되므로 이두의 시인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슬슬 피하자고 권유한다. 선연선과善緣善果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연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나쁜 인연은? 나쁜 결과를 낳기 전에 피하는 게 상수라고 시인은 말한다. 옳은 말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