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김상훈 기자]](/news/photo/202301/77531_51766_568.jpg)
지난 1월 2일, 소설가 장강명 씨는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을 통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라며 출판사와의 갈등을 폭로했다.
장 작가는 창작과 비평사(이하 창비)를 통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라는 수필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된 부분이 있었다. 바로 2015년 문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신경숙 표절 사건’을 언급한 다음 문단이었다.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것에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
이에 창비 측은 해당 본문에서 ‘궤변’을 ‘나름의 논리’로 수정하고, 장 작가의 서술은 창비의 입장과 다르다는 부분을 명시하도록 원고의 수정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장 작가는 “(신경숙 표절사태는)객관적으로도 표절이 맞으며, 이 문장이 싫다면 출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에 창비 측은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의 해당 원문을 수정하지 않은 채로 출간을 진행하기로 한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26일, 장 작가는 창비 측이 해당 수필을 자사의 공식 홍보채널에 홍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을 듣는다.
장강명 작가가 팟캐스트를 통해 밝힌 바로는, “담당 편집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창비는 홍보 채널을 통해 미디어 창비를 홍보하는데, 창비 측의 상층부에서 ‘그 책(장강명의 책)은 창비의 홍보 채널에서 홍보하지 마라’라는 말을 마케터가 들었다고 한다.” 고 밝혔다.
장강명 작가의 산문집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의 담당 편집자였던 이지은 씨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상황을 설명했다.
“9월 26일, 책 마감을 앞두고 “창비 이름으로 된 플랫폼에 장강명 책을 홍보하지 말라”는 마케팅부장의 지시가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본부장으로부터 듣지 못했고, 담당 편집자인 나를 빼고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에 경악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씨는 창비 측의 수정 요청을 들으며“아, 이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상하다, 그때부터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신경숙 표절 사태 는 우리나라의 문학권력 논쟁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건이다. 2015년, 이응준 작가는 허핑턴 포스트를 통해, 신경숙 작가의 <전설(1994)>이 일본 극우 인사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1961)>표절했다고 기고하였다. 뒤이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마저도 루이제 린저의 작품 <생의 한가운데>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이에 신경숙 작가는 “우국이라는 소설을 알지도 못한다”라고 해명하였고, 창비 측 역시 “(의혹을 받는)해당 장면들은 작품 중 일부일 뿐이며 표절이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옹호한 바 있다.
지금까지 문학계에는 여러 표절 사태가 있었으나, 신경숙 표절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 뒤에는 ‘문학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듬해 2016년, <창작과 비평사>의 발간인 백낙청 교수는, 창비 창간 50주년을 맞이한 축하연 당시 “2015년 한 해 동안 창비의 성취 중 하나는, 지난해 6월부터 우리 문단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표절논란과, 이른바 문학권력 시비를 견디고 이겨낸 일입니다.”라고 말하며 논란 자체를 단순 ‘시비’로 일축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23년, 신경숙 사태에 대해 뒤돌아보려는 장강명 작가의 원고를 수정 요청 등의 방식으로 검열한 것은, 아직도 창비가 신경숙 사태를 축소하려 든다는 점을 의심케 한다.
본래 창비는 1974년 ‘창작과 비평사’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이래로 문학의 사회 참여에 동참해 왔다. 75년 봄호는 긴급조치가 선포된 후 회수됐고, 리영희의 ‘베트남 전쟁3’이 게재된 여름호는 판매 금지 조치를 받았다. 80년에는 아예 강제 폐간되고 8년만에 복간될 때까지 무크 형태 발행, 출판사 등록 취소 등 수난을 겪었다.
이렇듯 독재정권의 검열에 맞서 싸우던 창비가, 자사를 위시한 문단 권력을 지키려 검열을 유도했다는 점에 이 문제는 사회적 논란으로 촉발되었다.
2016년, KAIST의 전봉관, 이원재, 김병준 세 학자가 한국현대소설학회를 통해 발표한 「문예지를 매개로 한 한국 소설가들의 사회적 지평: 1994~2014」에 따르면, 문학권력 비판론은 다섯 가지 명제로 정의된다.
1) 문단 내에는 패거리를 이루어 문학 외적 힘을 행사하는 문예지, 출판사, 비평가들이 존재한다.
2) 출판사별로 자사 문예지에 게재되거나 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만 자사 문예지 평론이나 시평에서 높이 평가하고, 타사 문예지에 게재되거나 타사에서 출간된 작품은 자사 문예지에서 다루지 않는다.
3) 유력한 문예지, 출판사, 비평가들이 문학계를 비정상적으로 지배한다.
4) 소수 엘리트의 배타적 지배가 횡행하고 있다.
5) 문학 장에서 부당하게 배제당하고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1번과 5번과 이어지는 문제로, 문학계 내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작가에게도 검열이 된다는 지점에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결국 이러한 갈등 끝에 장강명 작가는, “이 책 여기서 못 내겠다”고 생각하며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자신의 담당 편집자가 창비 퇴사 후 차릴 새로운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아마 나보다도 그 편집자가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본지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창비 측의 입장을 듣고자 이틀에 걸쳐 연락을 취하였으나, 끝내 담당자와 통화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