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12) / 이 땅의 대통령들을 생각하면 – 김명수의 ‘대통령, 대통령들’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12) / 이 땅의 대통령들을 생각하면 – 김명수의 ‘대통령, 대통령들’
  • 이승하
  • 승인 2023.01.12 01:26
  • 댓글 0
  • 조회수 5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대통령, 대통령들   

김명수


하늘에서 별들이 말했다네

저기 봐, 저들이 오고 있어
무리지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어

검은 양복들을 입고 있고
붉은 넥타이를 메고 있어

저들이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어

저들은 아마도 캄캄한
흑암으로 가고 있나 봐!

여전히 저들이 웃고 있는데
눈빛은 불타고 충혈되었다

그들이 달맞이꽃별 곁을 지날 때
그들이 반딧불이별 곁을 지날 때

달맞이꽃별은 침묵했다네
반딧불이별은 눈을 감았다네

―『77편, 이 시들은』(녹색평론사, 2022)에서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해설>

대한민국 정치사를 살펴보면 온갖 사건이 다 있었지만 특히 역대 대통령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제1대 이승만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하와이로 망명 가 거기서 숨을 거뒀다. 부정선거 다시 하라는 학생과 시민들의 함성을 총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죽였으니 정부를 수립하고 북한군과 맞서 싸운 공이 훼손되고 말았다. 윤보선은 아주 짧게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그 다음에 대통령이 된 박정희 장군은 심복인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사살되었다. 그 다음 최규하 대통령은 겁이 많은 학자였고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김영삼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이 감옥에 갔다. 자식 교육을 잘 못 시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하였고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도 옥살이를 꽤 오래 하였다. 촛불 시위 덕분에 행정부의 수반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무사히 임기를 마쳤는데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은? 광화문에 사람들이 자꾸 모이고 있으니 이 나라의 앞날이 많이 걱정된다.

김명수 시인은 대통령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용단을 내렸다. “저들은 아마도 캄캄한/흑암으로 가고 있나 봐!”는 사실 무시무시한 말이다. 흑암이 黑巖이든 黑暗이든 암흑세계를 뜻하므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다. “여전히 저들이 웃고 있는데/눈빛은 불타고 충혈되었다”는 것은 대통령들의 야심을 나타낸다. 독재, 탄압, 비리 등을 빗겨간 대통령은 오직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었다. 윤보선ㆍ최규하는 임시 대통령이었고.
  
그들이 국민을 위한 충복의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라 국민을 억압한 제왕이었다는 것이 시인의 시각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조사를 해보면 제일 되고 싶은 것이 대통령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개 키우는 것이 힘든 문재인을 제외하고는 다 불행하였다. 본인이 감옥에 안 가면 아들이라도 갔었으니까.  

시인은 용감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마지막 두 연에서 한두 명을 적시하지 않고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그들도 생이 평탄했고 국민도 그들을 존경했을 텐데.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4년여 동안 정말 통치를 잘해 침묵과 외면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