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13) / 예수의 죽음에 대한 다른 해석 – 이승하의 ‘행복한 죽음’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13) / 예수의 죽음에 대한 다른 해석 – 이승하의 ‘행복한 죽음’
  • 이승하
  • 승인 2023.01.1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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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송희 에디터 

행복한 죽음   

이승하 

  
괴로움에 숨 헐떡거렸으리라
피 흘리며 울부짖었으리라 
오만상을 찌푸리고 눈물 흘리다
하늘 우러러보며 
“엘리 엘리 레마 사박다니?”  

누가 만든 조각상인가
만면에 웃음 가득
뭐가 좋아서 뭐가 행복해서 
웃는 것일까
불행의 신이 아니라 행복의 신이어서?
슬픔의 신이 아니라 기쁨의 신이어서?
체념의 신이 아니라 소망의 신이어서?

예수상은 다 울고 있거나 찡그리고 있는데
죽는 것이 행복하다고 웃는 사람은 없는데
그대 웃고 있다 
나 죽음으로써 다 이루었다고

―『예수ㆍ폭력』(문학들, 2022)에서

 

<해설>

오늘이 13일 금요일이다. 예수님이 십자가 처형을 당한 날이 13일 금요일이어서 서양에서는 이날 횡액을 당할 확률이 높다고 간주해 조심하는 날로 삼는다. 하필이면 20세기 내내 13일 금요일에 자연재해나 흉악범죄가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13일의 금요일’이라는 공포영화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천주교나 기독교를 믿는 집의 어머니가 아이가 외출할 때 오늘이 13일 금요일이니 차 조심해라, 계단 조심해라 하고 말하면 나쁠 게 없다.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를 웃는 낯으로 표현하면 신성모독일까? 스페인의 예사에 있는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생가에 가면 바로 이 웃는 예수상이 있다. 도대체 왜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죽어간 예수를 웃는 얼굴로 조각한 것일까? 스페인에 가서 웃는 예수상을 보진 않았지만 웃는 예수상을 조각한 이유는 알 만하다. 신의 역사가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내심 안도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이제 다 이루었다!”고 외쳤던 것이고, 숨거두기 전에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고 마지막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13일이 금요일이라고 겁낼 필요가 없다. 신의 인간 구원의 역사와 예수의 생애가 끝난 것이 아니라 완성된 날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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