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는 받아래요
정용원
낮에는 해님의 사랑을 받아요
별밤에는 달님과의 속삭임도 받아요
바람의 심술도 받아요 구름의 눈물도 다 받아요
갈매기의 칭얼거림도 받아요
고기랑 해조랑 조개의 청도 받아요
밝음도 어둠도 다 받아요
그래서 바다는 받아래요
―『시선』(2012년 가을호)에서

시인은 바다라는 낱말의 뜻풀이를 하고 있다. 바다는 받아들이는 존재다. 해와 별과 달의 빛을 받아들인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비가 내리면 비를 받아들인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운다고 하는데 시인은 그 소리를 칭얼거림으로 이해했다. 바다는 고기와 해조와 조개 등 바다가 집인 모든 생명체의 청도 다 받아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가슴을 활짝 열어 수많은 시냇물과 강,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를 다 받는다. 이 세상의 밝음도 어둠도 다 받는 존재, 그래서 그의 이름이 ‘받아’라고 한다나. 어찌 보면 말장난 같지만 바다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울음바다나 물바다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동시의 범주를 넘어서니까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 동시를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읽힌다면 ‘받다’의 다른 뜻을 아는 게 있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상을 받다, 생일선물을 받다, 공을 받다, 목욕물을 받다, 돈을 받다, 주문을 받다, 신호를 받다, 도움을 받다, 버림을 받다, 감동을 받다, 공을 머리로 받다, 응석을 받다, 우산을 받다……. 외래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받다’만 갖고도 한 시간 공부를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