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탕
이명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살코기
육수에 푹 고아진
흐물흐물 시래기의 구수함
시래기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기름 한 방울 없이
된장 한 술, 소금 한 술로 간을 맞춘
뻣뻣하고 씁쓸한 시래기국
코를 자극하는 특유의 냄새
기억도 생생한 시래기 맛
양념처럼 들어간 감자
그런데 명칭은 감자탕이라!
그 이름도 푸근하다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들 어울려
최고의 맛을 자랑하니
남북한도 하나가 되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텐데……
―『계곡의 찬 기운 뼛속으로 스밀 때』(곰곰나루, 2022)에서
<해설>

2006년 8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 시인 이명애의 두 번째 시집에 실려 있는 시다. 북한에서 먹던 시래기국은 참기름도 들기름도 못 넣고 된장과 간장으로 간을 맞춰 뻣뻣하고 씁쓸한 맛이 났는데 남한에 와서 먹게 된 감자탕 속의 시래기는 육수에 푹 삶겨 흐물흐물할 정도여서 놀랐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의 주제는 감자탕 예찬이 아니다. 돼지뼈와 감자와 시래기가 잘 어울려 ‘최고의 맛’을 내는 것처럼 남한과 북한도 하나가 되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을 탄생할 수 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지금 이 땅에서는 누구도 ‘분단 극복’이나 ‘통일 지향’을 운위하지 않는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사흘도리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으니 대화가 될 턱이 없고, 얼어붙은 대화 채널이 풀릴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미사일 제조 비용이 엄청날 텐데 그 돈으로 인민들 배 채워줄 생각이나 하지……. 남한은 쌀이 남아도는데 북한의 기아는 해결이 안 되는 모양이다. 북한은 농지보다 산지가 많아 자급자족이 어렵다. 그래서 무역을 해야 한다. 그런데 김정은은 애도 아닌데 저렇게 고집을 피우고 있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면 유화정책을 펴야 할 텐데 저렇게 마당에 퍼질러 앉아 소리 지르며 보채고 있으니.
현정화, 리분희, 유순복이 탁구 단일팀을 이뤄 중국을 꺾고 세계선수권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1991년이었던가. 지금도 유튜브에서 그때 동영상을 보면 눈물이 줄줄 흐른다. 북한을 탈출한 여성이 감자탕을 먹으면서도 분단보다 통일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김정은은 왜 저리 고집을 피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축구, 유도 등에서 단일팀이 만들어져 또 우승하면 좋으련만. 한반도기가 올라가는 시상식 광경을 보면 너와 나의 눈물샘이 펑펑 터질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