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그레이의 퀴어문예지 일곱 개의 원호 3호
얼그레이의 퀴어문예지 일곱 개의 원호 3호
  • 황수조
  • 승인 2023.01.30 18:28
  • 댓글 0
  • 조회수 4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스페이퍼
사진=뉴스페이퍼

 

힐링하면 어떤 게 떠오르는가? 구체적인 장면들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공유하는 감성은 비슷할 거라고 예상된다. 주말 오후 책을 곁들인 티타임, 친구들과의 수다, 전시회에서의 그림 감상, 맛있는 술과 음식, 향긋한 향이 가득한 동네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그렇다면, 퀴어하면 떠오르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투쟁, 연대와 같이 권리를 위한 행동이나 다양한 운동들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고통, 트라우마와 같은 키워드가 건드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단어만 똑 떼어놓고 보면 퀴어힐링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일뿐더러, 심지어는 거리가 굉장히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퀴어에게 힐링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출판사 18도의 얼그레이의 퀴어문예지 일곱 개의 원호 3: 힐링(이하 일원호3) 6인의 작가(박인하, 지화용, 박서련, 이하랑, 김선오, 이제재, 비이)가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동화, 소설, 시의 형태로 퀴어의 힐링을 이야기한다. 다만, 각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인물 혹은 화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일반적인 일상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일원호3호는 힐링이나 휴식을 취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고, 힐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마냥 행복하고 편안한 서사를 기대하고 책을 펼친 독자라면 다소 당황스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본 문예지에 등장하는 사람들(필진, 편집자, 인물과 화자들)은 따지자면 힐링이 필요한사람들에 가깝다.

책 바깥에 있는 퀴어들도 마찬가지다. 규칙적으로 치유(외적인 치료든 심적인 안정이든)를 받을 수 있는 사람보다, 당장 치유가 필요함에도 눈앞의 투쟁을 위해 휴식을 뒤로 미루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에 일원호3호는 그러한 사람들이 독자로서 이 이야기들을 만나,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스스로의 안정을 위한 시간을 가지길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편집자와 필진 간의 인터뷰도 일원호3호가 주는 힐링 중 하나다. 작가가 어떤 사유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또 작품 밖에서는 어떻게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지 인터뷰의 형식으로 읽어나가다 보면 기성 출판물의 작가의 말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