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35) / 면접을 보고 자살한 사람이 있습니다 – 김남규의 ‘면접’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35) / 면접을 보고 자살한 사람이 있습니다 – 김남규의 ‘면접’
  • 이승하
  • 승인 2023.02.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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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김남규

딱하게도 우리는
애를 쓰는 마음으로

신념 없이 단정하게
시계의 얼굴을 본다

얼마나
큰 슬픔을 질문하려나
생면부지
우리는

*

거스러미가 있었다니
말실수처럼 손을 숨긴다

빗금처럼 서 있는데
빗금 긋는 당신들

경력은
언제나 한 칸이 모자라다
답을 앞세운
질문인데

―『나의 소년에게』(헤겔의휴일, 2022)에서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해설>

최근에 언론 보도를 보았을 것이다.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10대 응시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교육청 사무관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A 사무관)은 자신이 면접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을 동료 직원 등에게 누설하고, 특정 응시생을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유리하게 점수를 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불공정한 면접 평가로 공무원 임용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공무원 채용에 대한 불신의 의구심을 키워 그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대학입시와 사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이 중요시되고 있다. 심층 면접이라고 해서 업무 성취도까지 파악하고 해결능력이나 판단력, 적응력 등을 면접에서 다각도로 측정하고 있다. 이때 면접관이 갑질을 하면 안 되는데 그런 경우가 간혹 있다. 대학에 있다 보니 면접관 노릇을 하게 되는데, 지원자를 억압한 적이 없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 

김남규의 시조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면접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지원자는 적절한 답변으로써 최대한 좋은 점수를 얻으려고 한다는 것, 생면부지의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는 것이다. 전반부의 “얼마나/큰 슬픔을 질문하려나”에 시선이 머문다. 면접관은 질문하는 존재인데 지원자는 답변 여부에 따라서 운명이 바뀐다. 거스러미는 손톱 주위의 살 껍질이 거슬려서 일어난 것이다. 이런 것에까지 신경이 쓰일 정도로 지원자는 긴장ㆍ초조ㆍ불안한 상태다. 불안하니까 말실수도 하게 된다. 실수한 것이 아닌데도 실수한 것만 같다. “빗금처럼 서 있는데/빗금 긋는 당신들”이라고 하니, 지원자의 심리상태를 절묘하게 묘사했다. 경력도 중요한데 다들 생각한다, 한 칸이 모자란다고. 면접관은 당연히 점수를 매기고자 질문을 하는데, 답하는 지원자는 면접관이 저승사자 같다. 부산시교육청 사무관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고 하는데 너무 가벼운 처벌이 아닌가?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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