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일본 SF만화의 거장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작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인은 급성 심부전으로, 향년 85세로 일기를 마감하였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 「우주전함 야마토」, 「우주해적 캡틴 하록」 등의 원작을 그린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며, 그의 작품들은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여진 ‘레이지버스’라고도 불린다. 또한 마츠모토 작가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 그룹 ‘다프트 펑크(Daft Funk)’와 함께 SF 애니메이션 「인터스텔라 5555」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마츠모토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레이시샤(零時社)의 대표, 마츠모토 마키코(松本摩紀子)  2월 20일 레이시샤 홈페이지에 부고문을 게제하였다. 마츠모토 작가의 장녀이기도 한 그녀는 “마츠모토 레이지 작가가 2023년 2월 13일, 도쿄 도내 병원에서 별의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고 밝히며 영결식은 가까운 친척들만이 거행하였다고 전했다.

마츠모토 레이시샤 대표는 마츠모토 작가가 항상 “먼 시간의 고리(遠く時の輪)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이라고 말하였으며, “저희 역시 그 말을 믿고 고대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또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작품을 세상에 선보여주신 각 관계사 여러분, 지자체를 비롯한 단체들, 젊었을 때부터 함께 절차탁마 해주신 만화가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는 데 도움을 주신 병원 스탭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일본 만화는 물론, 전 세계 SF만화에 한 획을 그은 그의 부고에 일본의 만화가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내일의 죠」로 유명한 치바 테츠야(千葉徹彌) 작가는 마츠모토 작가와는 18세 때부터 친구였음을 술회하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만날 기회도 없어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글을 남겼다. 또 "몇년 사이 친한 만화가 동료들이 잇달아 여행을 떠나버려 외로운 찰나, 자네마저 떠났는지. 벌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하다."며 참담함을 금치 못하였다.

권투 만화 「더 화이팅」의 모리카와 죠지(森川ジョージ) 작가는 "지금쯤은 우주전함 야마토나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을 것" 이라 밝히면서도 "외롭겠죠..."라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그의 작품  「더 화이팅」에 등장하는 "하마 단키치(浜団吉, 한국 로컬라이징명 “홍단길)"가 모리카와 죠지를 모델로 그린 캐릭터임을 밝히며, "향후로도 출연시킬 것이므로, 앞으로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리겠다."고 밝혔다.

거장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은 비단 일본인들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만화가들 역시 마츠모토 작가에게 애도를 남겼다.

만화가이자 아트림미디어의 임달영 대표는 “전설이 하늘로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는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은하철도 999의 메텔은 내 어린 시절의 요람이자, 힘겨운 창작의 고통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 안식처였다”며 술회를 남겼다. 또한 “평생의 영향을 주신 작가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며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 작가소개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
1938년 1월 25일 후쿠오카현 구루메시 출신.
1954년 ‘주간 소년’ 공모전 「꿀벌 대모험」당선, 정식 데뷔
- 대표작 「은하철도 999」, 「우주 전함 야마토」,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 「SF 서유기」, 「혹성로봇 당가드 A 시리즈」, 「인터스텔라 5555」등
- 욱일소수장, 자수포장, 일본 만화가 협회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등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