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64) / 탄소 배출량을 걱정하는 어린이가 있어요 – 백승찬의 ‘탄소 발자국’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64) / 탄소 배출량을 걱정하는 어린이가 있어요 – 백승찬의 ‘탄소 발자국’
  • 이승하
  • 승인 2023.03.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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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탄소 발자국

백승찬

탄소가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경도 안 썼지만

시간이 가면서
탄소랑 술래잡기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탄소의 속도는 빨라지고
우리의 속도는 느려진다

이러다
우리는 계속 술래가 될지도 모른다.

—동시집 『코딱지 송』(고래책방, 2022)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첫 동시집을 작년에 냈을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으니 이제 5학년이 되었겠다. 동시집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 번뜩이는 작품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 동시는 생태환경 문제를 다룬 것이라 깜짝 놀랐다. 아니,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우리 인류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니!

 탄소가 의인화되어 있다. 우리 인간과 탄소가 술래잡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탄소의 속도는 빨라지고 인간의 속도는 느려진다. 사실이 그렇다. 탄소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인간의 대처능력은 점점 느려지고 있다. 강대국 중 몇 나라는 탄소배출량에 관심도 없다. 

 이러다간 탄소는 아주 신출귀몰하여 사람이 도저히 그를 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환경론자들은 계속 경고하고 있다. 탄소가 너무 많이 배출됨으로써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중이고, 남극과 북극 극지의 얼음이 녹고 있고,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다고. 우리나라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하고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국내 누적 사망자 수는 대략 4만 명이라고 하지만 시내에 나가보면 어디나 차량의 물결이다. 기름이 기체가 되면서 차는 앞으로 달린다. 탄소를 뿡뿡 내뿜으며 차는 달리고 공장마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찌른다. 기상청에서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발표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은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백승찬 학생도 알고 있는데 어른들은 탄소 배출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선 안 된다. 적게 쓰고 아껴 써야 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탄소가 나오니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승찬이가 우리 인간이 계속 술래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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