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82) / 이 아픈 사연이 도대체 왜 – 이대해의 ‘절망적 선택’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82) / 이 아픈 사연이 도대체 왜 – 이대해의 ‘절망적 선택’
  • 이승하
  • 승인 2023.03.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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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절망적 선택 

이대해 


인터넷 Daum 첫 화면
구석에서도 아주 한 구석에
조그맣게 실린 한 기사
뚫어져라 바라본다

빚 때문에,
대구 부부의 절망적 선택
해장국집을 경영하던 부부가
7천만 원의 빚 때문에 
연탄화덕을 피워놓고
열일곱 꽃다운 아들놈
수면제 먹여놓고 동반자살
아들과 남편은 죽고 아내만 살아남아

500여 개의 댓글을 읽는다
사람들의 쓰린 마음을 읽는다
2009년 추석 전날인데
오늘밤은 달도 별도 숨어버렸다
살인죄로 구속영장을 받게 된 그대

ㅡ『삼현의 노래』(다다다 출판사, 2022)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2009년 추석 때면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다음 인터넷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 시에 그대로 나온다. 해장국집을 하던 부부가 빚을 많이 지고 말았다. 부부가 동반자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아들한테 먼저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는 연탄불 화덕을 피웠다. 세 식구가 같이 죽을 계획이었는데 두 남자는 죽고 엄마가 살아났다. 바로 그게 문제가 되었다. 자기 자식과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으니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에 대한 인터넷 댓글이 500개가 넘었다니 실로 엄청난 수다. 딱한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명복을 빌거나 애도를 표하거나 안타깝다고 하거나 살 방도를 찾아봤어야 한다고 혀를 차며 얘기하다 보니 500개가 넘어간 것이다. 그런 비극이 2009년에서 끝났는가? 아니다. 그 뒤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OECD 가입 국가 중 1, 2위를 다툴 정도이다. 자살의 종류와 방법도 다양하다. 

추석 때면 보름달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달도 별도 숨어버린 이유는 대구 어느 가정의 처절한 비극 때문이다. 명절이면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나눠 먹어야 하는데 죽자고 결심했다. 오죽했으면 집단자살을 결심해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일까. 이와 비슷한 언론 보도가 지금껏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이 지상의 비극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이대해라고 한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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