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
영화를 보면 A가 B를 미행하는 장면이 간혹 나온다. 형사가 용의자를 미행하기도 하고 좀비 같은 이상한 사람이 범인 같은 수상한 사람을 미행하기도 한다. 쫓기는 사람은 뭘 모르기에 무표정하지만 쫓는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다. 자신이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공포에 질린다. 그런데 살다 보면 쫓기는 마음으로 지낼 때가 종종 있다. 대출금, 전세금, 중도금 등을 내야 할 때. 원고 마감까지도. 이 시는 복제인간이 큰 이슈가 되었을 때 쓴 것이다. 인터넷 자료를 인용한다.
“1997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윌머트는 성장한 양의 체세포인 유선세포를 떼어내서, 그 세포의 핵을 수정된 난자의 핵과 바꿔치는 핵치환을 한 다음 전기자극을 주는 기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다. 유성생식이 아닌 무성생식이며, 세포의 분화과정을 거꾸로 돌려 생명을 만드는 획기적 방법이었다. 그 후 미국에서는 생쥐의 세포를 이용해 생쥐를 복제했고, 일본ㆍ뉴질랜드ㆍ프랑스ㆍ한국에서도 복제소가 잇따라 탄생했다.”
이제 인공지능에 인간이 의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동화, 수량화, 기계화, 알고리즘이 좋기만 한 것일까? 인간 각자의 개성이 무시되면서 존엄성까지 무시되면 곤란한 일이다. 우리는 미로 안에서 뺑뺑이를 돌고 있는 모르모트가 아닐까? 인간의 복제가 현실이 되면 전쟁에 나가는 인간, 후방을 지키는 인간. 후방의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간, 농사짓는 인간, 노는 인간이 각각 딴 세상에 있게 되지 않을까? 여왕개미와 일개미가 있는 것처럼.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