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89) / 보안사령관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 정동철의 ‘개새끼들’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89) / 보안사령관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 정동철의 ‘개새끼들’
  • 이승하
  • 승인 2023.03.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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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개새끼들
―모롱지 설화ㆍ13

정동철

            
팔복동 용산다리 가그 전으 호반촌이라고 안 있냐? 어, 거그에 사램덜이 잘 모르는디 전두환이가 오면 자고 가는 집이 있디야 사실, 아무도 모르는디 우리 조카 일곤이가 보안대 방우잖냐 알지 너그덜 보안대 끗발 좋은 거 우리 조카가 그러는디 보안대는 경례구호가 ‘대통령을 선출한 보안대’리야 한번 히바 요로케 차례 자세로 서서 손바닥을 눈썹에다 부침서

“대통령을 선출한 보안대!”

그르치 잘허네 근디 말여 달포 전으 전두환이가 왔다 갔다고 뉴스에 안 나오대? 연전에도 왔다 갔는디 동네 개새끼덜이 하두 지서 싸서 전두환이가 잠을 못 잤다나 워짰다나 그리서 이번에는 파출소 순경덜허고 보안대 방우덜이 동네 개새끼덜을 싹 수거히서 하가리 파출소에다 가둬놔 버린 거셔 아 근디 동네 개새끼덜을 뫼아 노니 이것덜이 가관이지 지덜끼리 방갑다고 지서 쌌고 서로 으릉대며 쌈헌다고 지서 쌌고 파출소 사방간디다 오좀 싸고 똥 싸고 난리가 아니었등게벼 글다가 개새끼 한 마리가 열린 문 트매기로 나가 버린 거셔 그리가꼬 파출소 순경덜하고 방우덜이 그 개새끼를 잡을라고 동네방네 우당방탕 뛰댕기고 개새끼는 이 골목 저 골목 도망댕기고 생각히 바라 동네 골목을 개새끼가 더 잘 알 것냐? 방우덜이 더 잘 알것냐? 시끄렁게 동네 사램덜은 다 나와서 귀경을 허고 파출소에 가둬 놓은 개새끼덜은 지덜도 나가고 싶다고 죽으라고 지서대고 아조 볼 수 살 수가 없었다고 허드라

그 두여로는 전두환이가 결대로 전주 와서는 잠을 안 자고 광주로 내삔디야 

개새끼덜이 컨일을 힜네

느그덜만 알어
다른 사램덜이 알먼 커일 나

옆방에서 잠을 자는 척하면서 다 들어 버렸다 어쩔거나 어릴 적부터 나는 입이 싸다 큰일 나게 생겼다

ㅡ『모롱지 설화』(걷는사람, 2023)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이게 바로 업보이리라. 대통령을 했던 전두환 씨의 손자가 마약중독자의 되어 자기 할아버지와 집안의 죄상을 폭로하였다. 전우원 씨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가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음을 듣고는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아서 그런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따름이었다. 

 모든 시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종횡무진 마음껏 구사하였고, 설화의 이야기성을 십분 차용해 왔고, 근ㆍ현대사의 많은 아픔을 짚어낸 이색적인 시집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보안사령관 전두환을 다룬 시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이 시의 내용이 허구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오랫동안 전주 팔복동 용산다리 가기 전에 있는 호반촌에 전두환 씨가 오면 자고 가는 집이 있었던가 보다. 동네 개들이 그가 출현하자 하도 짖어대 개들을 파출소에 가두게 된 해프닝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파출소를 탈출한 뒤에 배꼽 잡을 광경을 연출한다. “그 두여로는 전두환이가 결대로 전주 와서는 잠을 안 자고 광주로 내삔디야”와 “개새끼덜이 컨일을 힜네”에 이르면 포복절도는 아닐지라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설화 29번 「대한늬우스」도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전두환 씨의 두 가지 대죄는 광주에서 저지른 일과 사과하지 않고 눈을 감은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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