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97) /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 이승하의 ‘아침의 역사’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97) /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 이승하의 ‘아침의 역사’
  • 이승하
  • 승인 2023.04.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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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아침의 역사 

이승하


숟가락 들 힘이 없는 자들에게 힘을 
변두리 끝 방으로 내몰린 자들에게 안식을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에게 마지막 평화를 

기진한 자들을 위해
내몰린 자들을 위해
병 깊은 자들을 위해
  
완전한 암흑천지에서 아침을 꿈꾸었던 이
이 죽음의 잔을 거두어달라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소연했던 이 

피 줄줄 흘리게 될 그대
되살아나게 될 줄 그때
누가 알았을까 자신도 몰랐으리 
  
부활에서 시작하는 아침의 역사

ㅡ『예수ㆍ폭력』(문학들, 2020)에서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올해는 부활절이 4월 9일, 마침 주일이다. 전국의 모든 성당과 교회에서는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이루어질 것이다. 성당에서는 신도들에게 부활절 달걀을 선물로 나눠줄 것이다. 달걀에다가 온갖 그림을 그려 넣은 부활절 달걀 꾸미기는 물론 화분 만들기, 바구니 만들기, 복조리 만들기 등을 하기에 불교계의 연등 만들어 달기를 연상시킨다. 언제부터인가 이날은 종교계의 무슨 축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축하 행사 속에서 예수 부활의 진정한 의미는 놓치는 것이 아닐까.

 예수는 평생 가난하였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고 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였고 먹을 것을 나누었다. 폭력적인 세력에 저항하였고 평화를 갈구하였다. 치부한 사람들의 치부를 들추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시대의 모순에 저항한 혁명가에 가까웠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기진한 자들, 내몰린 자들, 병 깊은 자들을 위한 사랑을 외쳤다. 그랬기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었던 것이다. 

 기독교 정신의 핵심은 부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경 속의 수많은 이적(異蹟) 중에 나 같은 범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예수의 부활이지만 바로 그것을 믿는 것이 기독교이다. 예수 부활의 의미를 여러 가지 축제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부활의 기적을 믿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의 힘일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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