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동생 태어난 날
이승하
엄마 배 뻥뻥 차더니
엄마 배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셨다
어떤 아기가 내 동생일까
나를 졸졸 따라다닐까 오빠라고 부를까
밤늦게 병원에서 오신 엄마와 아빠
보자기에 돌돌 싸여 같이 온 내 동생
새빨간 얼굴인데 두 눈이 깜박깜박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
떼쓰면 양보하고
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오빠야
응 선영아

<해설>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동시를 지상에 발표해본 적이 없는데 누이동생 생각이 나서 한 편 써보았다. 문학작품 가운데 형제 이야기, 자매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 정다운 오누이 이야기나 누나와 남동생 이야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서정주의 시 가운데 「국화 옆에서」와 「목화」를 보면 ‘누님’이 나오는데 누이동생이 나오는 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향가 「제망매가」는 오빠가 누이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다.
이 시는 허구다. 오빠와 누이동생의 나이 차가 많이 나야지 성립 가능한 시인데 나와 누이는 두 살 터울이니 동생이 태어났을 때는 나도 아기였다. 동생과 나는 햇빛이 한 뼘도 안 들어오는 지하실의 방에서 15년 동안 같이 지냈다. 기찻길 옆이었고 문방구점 아래 지하 방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의좋은 남매였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꼭 손을 잡고 다녔다. 이제는 그 누이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다. 누나가 있었다면 누나가 늙은 모습을 보는 것은 그래도 덜 안타까울 것이다. 손아래 누이가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울고 싶어진다.
온 세상 어린이들이 밝게 웃어야 할 이날, 가정폭력 때문에 숨어서 우는 아이들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어린이는 절대로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