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이야기
장경호
누워 있다가
벌렁 엎드려
방긋 웃는 내 동생
아유 잘 했어
우리 아기 잘 하네
할머니의 들뜬 목소리에
다시 드러누워
영차 영차
내 목소리에
쳐다보는 내 동생
너무 좋아
얼른 뽀뽀해 주니
깔깔 웃는 얼굴
정말 예뻐
그런 동생
번쩍 치켜 안은 할머니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거야
동생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저 좋아 웃기만 한다
ㅡ『PEN문학』(2023년 3ㆍ4월호)에서

<해설>
어떤 화가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수는 없다. 아기인 동생은 이제 막 몸 뒤집기를 하게 되었다. 곧 배밀이를 하다가 기기 시작할 것이고 걸음마도 하게 될 것이다. 아기가 스스로 직립보행을 하게 되기까지 어른이나 손위 형제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가 다 해내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특하다. 생명체가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지 새삼 느끼고 깨닫게도 된다.
이 동시의 화자는 동생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 할머니가 내 동생을 칭찬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나도 신이 난다. 힘을 내라고 영차 영차 응원해준다. 힘을 내는 동생을 번쩍 치켜 안은 할머니가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거야”라고 말해준다. 독립심? 자력? 용감하게? 용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말일 것이다. 장하다는 말도.
형(누나)이 동생의 성장을 옆에서 보면서 기뻐하고 용기를 주는 모습을 이 동시에서 보자니 이 또한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이 참으로 살벌하지만 이 땅 어느 집에서는 또 이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으리라.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으므로 아직은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