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 등대
김해빈
접안을 시도하며 들어서는 배가
너울성 파도에 갸우뚱거려도
촛대바위는 손 내밀어 주고
내수전 일출 전망대 닮으려는 죽도 총각
햇살 빗금을 센다
우산국 호박엿에 입 다물고
(향나무, 솔송나무, 섬잣나무, 섬개야광나무, 섬백리향, 울릉국화, 흑비둘기…)
천년기념물에 눈멀었나
누부야
산우대 꺾어 오징어 꿰어 말릴까
더덕, 부지깽이, 취, 명이 나물 캘까
아니, 아니
빨강 불 켜고 항구로 들어서는 배에 손 흔들어주고
하얀 불 켜고 떠나는 배의 길잡이가 될래
등대야 불 훤히 밝히자
울렁울렁 뱃멀미에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다케시마라 우기는 저노무 새끼들 앞에
ㅡ『열아홉 번째 응접실을 나오며』(도서출판 가온, 2021)에서

<해설>
시인의 울릉도, 독도 사랑이 눈물겹다. 김종해 시인이 한국시인협회장일 때 독도 방문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일본이 독도가 자국의 부속 도서라고 하도 난리를 치기에 시인들이 본때를 보여주려 단체로 갔던 것이다. 그런데 풍랑이 심해 독도에는 발을 못 디뎌보고 왔다. 죽도, 즉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죽도길 52에 사는 총각이 독도에 가려고 하자 울릉도 촛대바위가 손을 내밀어주고 울릉도 내수전 일출 전망대가 햇살 빗금을 센다.
울릉도에 서식하는 것들이 울릉도를 지키고 있다. 독도 등대가 독도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독도를 차지하겠다고 교과서를 다 뜯어고친 일본의 노력은 정말 집요하다. 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의 한국전쟁 지도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고 독도는 누군가가 지웠다. 이런 식의 도발에 시인은 분노했다. “다케시마라 우기는 저노무 새끼들 앞에”서 우리 또한 외교적 노력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가만히 있다간 큰일 날지 모른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