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나 원!
최상호
1
종합병원 주차장을 몇 바퀴 돌더니만
장애인 주차구역에 떡하니 차를 댄 뒤
ㅡ혼잣말
각방살이 수삼 년
성불구도 장애지
2
입만 열면 공정 찾던 삼선의 의원님이
이해충돌 위반으로 법정구속 되던 날에
머리띠
두른 동료들
피켓 들고 난리다
3
랭킹이 더 낮다고 승패가 갈리더냐
이름값 높은 것이 진실을 가리더냐
고추장
비비지 않아도
헛제삿밥 맛나다
ㅡ『월간문학』(2023년 5월호)에서

<해설>
현대시조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시조는 정형을 지켜야 한다는 제약을 갖고 있는데 그 제약이 또한 최대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 시조는 형식적 측면에서는 결코 파격이 아닌데 제목과 내용이 읽는 동안 묘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참 나 원! 기가 차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종합병원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데 빈자리가 없다. 장애인 주차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 차를 대고 나서 중얼거린다. “각방살이 수삼 년/ 성불구도 장애지” 하하, 장애인 정도가 아니라 득도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삼선 의원께서 법정구속이 되었을 때 동료 의원 나리들이 머리띠 두르고 피켓 들고 난리 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나 참 원! 혀를 찬다. 유유상종이군.
세 번째 이야기에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다. “랭킹이 더 낮다고 승패가 갈리더냐/이름값 높은 것이 진실을 가리더냐”는 랭킹이 낮다고 늘 패배만 하는 것이 아니듯 이름값이 높다고 늘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명이나 허상이 우리 눈을 가리는 경우도 왕왕 있지 않은가. 갖은양념이 들어가야 비빔밥이 맛있는 것이 아니듯이 평범한 장삼이사가 실은 진실과 진리를 지켜온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이 시조는 높은 자리에 있거나 정치하는 분들이 읽어야 한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