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36)/ 가족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김유의 「박물관 가족」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36)/ 가족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김유의 「박물관 가족」
  • 이승하
  • 승인 2023.05.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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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박물관 가족 

김유


아기 울음소리가 그리워요

우리 시대의 최고 행복은
아기를 낳아 잘 기르는 거였어요

어르고 달래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야
맘이 놓였던 베이비부머들
안 먹어도 배부른
꿈 덩어리에 빠져 지냈지요

그런데 졸업해서 넥타이만 찾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세상을
골병들게 만들었지요

눈 높은 만년 취업준비생들과
원룸에서 혼밥으로 살아가는
반쪽 세상

그러니 애가 늘겠어요?
인생은 표류를 거듭하며
가족은 해체되고 있어요

‘2045년 우리나라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 16%로 떨어진대요’

삶의 뿌리가 끊어지는 
박물관 가족이 된 시대!

우린 내일
아기 울음소리 들으러
박물관에 갈 거예요.

ㅡ잉걸족 동인지 제2집 『출구에서 입구까지 우리는』(명성서림, 2022)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대한민국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거라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계속 들려오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으니 인구가 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안정된 직장 구하기의 어려움, 자녀 키우기의 어려움, 집 마련하기의 어려움, 사교육비 마련의 어려움이 있기에 ‘일단 결혼부터 하고’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젊은이들이 노인 연령층을 부양해야 할 테고, 군병력 충당도 쉽지 않을 테니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김유 시인은 넥타이만 찾는 학력 인플레이션과 눈 높은 만년 취업준비생을 강하게 비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이런 지적에 반발하는 젊은이도 있을 것이다. 김유 시인은 우리 심정을 당신이 아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시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에 문제의 초점이 있지 않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러 박물관에 가야 한다는 것은 물론 풍자다. 오죽 안타까웠으면 이런 시를 썼을까. 2045년이면 자녀 있는 가정이 16%로 떨어진다고 한다. 1인 가정이 늘면 고독사도 늘 것이다. 홀로 살다 죽었기에 시체 썩는 냄새에 의해 이웃에 알려지는 일이 지금보다 더욱 빈발할 것이다. 5천 년 농경사회가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좋지만 이런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프랑스가 1980년대에 폈던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결혼하고 자녀를 가지면 아주 많은 혜택을 주었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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