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40)/ 인공지능은 괴물인가 천사인가–이성호의 「프랑켄슈타인」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40)/ 인공지능은 괴물인가 천사인가–이성호의 「프랑켄슈타인」
  • 이승하
  • 승인 2023.05.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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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프랑켄슈타인 

이성호


알파고 잘난 이들 센돌도 넘어졌다
믿을 게 너뿐인가
너도나도 퍼스터 무버(First Mover)
끝없이 치닫는 무법 죄어오는 목숨이여

세상은 가도가도 빠져나갈 틈이 없다
천(天)의 뜻 널려 있는 빛과 어둠 그 사이로
괴물이 활개친 거리
널브러진 울음 보라

사랑보다 더 큰 힘 어디에도 없다는데
내 잘난 과신으로 몸부림을 치는 오늘
난장판 세상을 씻어
다시 세울 뜻을 펴라

ㅡ『구룡폭포에 오르며』(청어, 2022)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한 것도 2016년 3월이었으니 7년도 더 된 일이다. 지금 알파고 얘기를 꺼내는 이는 없다. 그도 어느새 구시대의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가히 눈부실 정도다. 21세기 후반의 전쟁은 로봇이나 드론, 인공지능끼리의 전쟁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간의 판단력, 계산력, 예지력, 상상력을 대신하는 기계가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왔으니 인간은 다들 편해진 것인가? 

 이성호 시조시인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너도나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전통을 다 망각하고 방기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다.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알파고에서 촉발된 인공지능 개발이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을 낳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어 이 시조를 쓴 것이다. 

 게임중독자들이 이 나라에 꽤 많은데 다들 방 안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 있다. 인간사회에서 방 안으로 도피해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게임의 세상에서는 승리자지만 인간세상에서는 실패자가 된다면? 게임의 세상에서는 지배자가 되지만 인간세상에서는 무능력자가 된다면? 인공지능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인공지능이 괴물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함께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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