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48)/ 고양이와 아옹다옹하다–서예진의 「고양이」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148)/ 고양이와 아옹다옹하다–서예진의 「고양이」
  • 이승하
  • 승인 2023.05.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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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고양이

서예진


밥 달라 야옹야옹
안아 달라 야옹야옹

너와 나 아옹다옹
오늘도 힘들지만

날 보는 
까만 눈동자
귀여워서 봐준다

ㅡ『어린이 시조나라』(어린이시조나라 사람들, 2023)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대구 대청초등학교 3학년 서예진 학생의 동시조이다. 부산의 서관호 시인이 반년간지 『어린이 시조나라』를 어언 27호째 냈다. 어린이들에게 시조를 쓰게 하니, 그 공로가 여간 큰 게 아니다. 어릴 때 동시나 시조를 써본 경험은 훗날 그 아이가 문인이 되게 하거나 편집자가 되게 하지 않을까? 이 잡지사에서는 사이버 시조백일장도 매호 열어 상장과 상금을 준다. 연변의 조선족 소학교 아이들의 동시조도 싣고 이 땅 성인 시조시인들의 동시조도 싣고 있다. 

 고양이가 배가 고프거나 심심하면 야옹야옹 울면서 보챈다. 나도 3학년이 되니 숙제도 늘고 학원에도 가고 친구도 사귀고 심부름도 하고 게임도 하고 나름 바쁜데 고양이가 심심하다면서 보채니 어떨 때는 영 귀찮다. 친구와 놀고 싶어 하는 나와, 나와 놀고 싶어 하는 고양이가 아옹다옹한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너랑 시간 내어 놀아주는 것이 좀 힘들지만 날 보는 까만 눈동자가 귀여워서 봐준다니 이 동시조가 너무 귀엽다.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반려견, 반려묘만큼 좋은 것은 없다. 아들녀석이 아빠 닮아 고등학교를 때려치우고 방황할 때 녀석이 사온 요크셔테리어는 부모가 주지 못한 정을 아들에게 주었다. 이 녀석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무 곳에나 싸대도 까만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쳐다보면 한숨을 내쉬면서 걸레를 빤다. 아들녀석은 걸레 한번 빤 적이 없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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