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바라기
황경순
호텔, 펜션, 모텔, 민박집들이
목을 늘어뜨리고 오직
바다, 바다, 바다
그저 한 뼘이라도
바다만 보인다면 만사형통,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바닷가 나무들도 모두 바다만 바라본다
바다 지킴이 소나무는 이름도 바꾸면 좋겠다
바다 나무라고
바닷가 사람들은 더 지독하다
바라보다 못해
바다 위를 맴돌고 하늘까지 닿을 듯 안달복달,
샅샅이 헤집어 바다의 속살까지 가만두지 않는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바다 사냥꾼들
그중에 가장 심한 나,
아침엔 일출, 대낮엔 파도, 저녁엔 일몰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빛깔에 반하고
한밤중엔 불빛을 탐하여 펑펑, 펑펑 불꽃을 쏘아 올린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태풍이 불어와도
바다만 있으면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나버려도
웃으며 의연히 버틸 수 있다
바다가 보약이다
ㅡ『문학과 창작』(문학아카데미, 2023년 여름호)에서

<해설>
오늘이 바다의 날이다. 바다를 아끼고 기리는 시가 눈에 띄어서 소개한다. 황경순 시인은 우리 인간이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예를 들고 있다. 팔색조인 바다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인데 천방지축 날뛰기를 좋아한다. 바다는 자신의 품 안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나 자라는 자궁 같은 것이면서 수많은 생명체가 죽어 잠드는 무덤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바다를 우리는 학대하고 있다. 항구마다 가보면 스티로폼이며 비닐봉지가 왜 그리 많이 떠 있는지 모르겠다. 해상에 거북이가 뒤집혀 죽어 있기에 건져내어 배를 갈라보니 바로 이런 것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고 한다. 바다 바라기를 계속하려면 우리는 바다 지킴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인의 결론 “바다가 보약이다”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계속 유지되려면 해안의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면 더더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바다를 처음 보았던 것이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였고 두 번째 본 것이 중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김천-대구-상주만 알던 내게 부산 앞바다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중학교 때 시를 썼는데 피노키오와 피터팬이 바다 위를 날아다니면서 깔깔 웃고 있다고 썼던 기억이 난다. 모든 갈매기가 나를 반겨 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이번 주말에는 바다에 가고 싶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