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얀 전쟁' 등의 장편소설을 썼던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씨가 별세하였다. 그는 향년 82세로, 오랜기간 암과 싸우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효씨는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64년부터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다 군에 입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였다. 그의 경험은 '코리아 타임스'에 연재한 '베트남 삽화'(Viet Vignette)에도 반영되었다. 이후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85년 '실천 문학'에 '전쟁과 도시'(하얀 전쟁)를 발표하였고,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등 24권의 소설과 다양한 수필을 남겼다.
그의 대표작 '하얀 전쟁'은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이 겪는 PTSD를 주제로 삼은 작품으로, 안씨는 이 작품을 영어로 다시 쓴 '화이트 배지'(White Badge)를 미국에서도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1992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하였으며, 그 외에도 그의 작품 중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이 영화화되었다.
소설가로서의 활동 뿐 아니라 번역가로서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안씨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번역하였고, 약 130권의 번역서를 출간하였다. 그는 1982년에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 번역으로 1회 한국 번역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문학 번역을 가르치기도 했다.
안정효씨의 한 친지는 "고인이 평소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열성적으로 일하다가 뒤늦게 암을 발견했는데 이미 여기저기 퍼진 상태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의 유족으로는 부인 박광자 여사(충남대 명예교수)와 딸 미란, 소근 씨가 있다. 안정효씨의 빈소는 은평성모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3일 오전 5시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