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판화
조수옥
물이 얼까 봐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물 발자국
!
!
!
눈 오는 밤
동네 골목을 순찰 중인
경찰 아저씨 발자국
!
!
!
!
날이 밝자
지붕 처마 끝엔
고드름 발자국
! ! ! ! !
겨울은 발자국을
새기며 지나갑니다
ㅡ『씽씽카 타는 참새들』(출판그룹 상상, 2023)

<해설>
이 동시는 느낌표를 발자국으로 보고 잘 활용해서 썼다는 것은 큰 수확이지만 옛날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도 한겨울에 수도꼭지를 틀어놓는 집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 아저씨가 도보로 동네 골목을 순찰하는 것은 지금 시대와는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붕 처마 끝의 고드름은? 시골 아이들은 볼 수 있겠지만 요즘엔 시골에 아이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동시는 느낌표 활용을 아주 잘한, 재치가 넘치는 동시임에 틀림없습니다. 느낌표를 거꾸로 하면 사람 모양 ¡가 됩니다. 물음표는? 물음표 거꾸로는¿ 그리고 각종 수학기호, 알파벳, 한글 자모 등도 사용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즉 ㅠㅠ나 ;;; 같은 것도 써보면 어떨까요? ♡나 ♥도. ☂나 ☔는? ∞나 ∑는? √나 ∀는?
이번 시집을 보면 “할머니/ㄱ자로 굽은 허리가/ㄴ자 손수레를 밀며/ㄹ자 골목으로 들어갑니다”(「골목」) 같은 구절도 보입니다. 아래 시도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제목은 「계단 1」입니다.
ㄱ
ㄴ
ㄱ
ㄴ
계단은
언제나
기역 니은
기역 니은
밖에 몰라
ㄷㄹㅁㅂㅅ……
언제 끝낼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