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247)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하여―봉순이의 「미안해요」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247)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하여―봉순이의 「미안해요」
  • 이승하
  • 승인 2023.09.05 04:00
  • 댓글 0
  • 조회수 14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지=한송희 에디터

미안해요

봉순이


사랑한다면서 
떠나와서
미안해요

떠나고는
그립다 해서
미안해요

그립다면서
돌아가지 못해
미안해요

자꾸만 자꾸만 미안해요

―『삶이 나에게』(천년의시작, 2023)

이미지=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시인 봉순이는 1987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났다. 2003년에 북한을 떠났고 2005년에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장편소설 『핵』을 출간한 바 있다. 강서구 마곡동에 자리잡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는 지난 5월 9일, 개관 3주년 기념행사로 남북하나재단 주관 탈북 시인 봉순이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북 콘서트 자리에서 해준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별의 말 한마디도 못하고 왔다고. 앞을 잘 못 보는 아버지가 계신데 인사의 말 한마디도 못하고 왔다고. 어머니 왈, “나 어디 멀리 갈 텐데 가면 다시 안 올 거란다. 같이 갈래?” 어디로 간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3만5천 명이 넘는다는 탈북민들이 겪는 고통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데서 오는 이별의 아픔일 것이다. 같은 시집의 「탈북민의 거짓말」은 “괜찮다는 거짓말/ 잊었다는 거짓말.”이 전문이다. 한국전쟁 때 헤어진 천만 이산가족이 흘린 눈물에 이제 탈북민들이 흘린 눈물이 보태지고 있다. 두만강도 임진강도 눈물의 강이다. 김정은은 며칠 전에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