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다
김영재
하늘을 날고 싶거든
바람에게 등을 줘라
바람이 등을 밀어
광야를 달릴 것이다
광야가 답답하거든
무한천공無限天空 솟구쳐라
ㅡ《상처에게 말 걸기》(책만드는집, 2023)

<해설>
철새연구센터에서는 바다직박구리에 고유번호를 기록한 연구용 가락지를 발목에 부착해 흑산도에서 날려 보냈다. 33일 만에 흑산도에서 1,100km나 떨어진 대만에서 이 바다직박구리가 발견되었다. 2014년 10월 30일 <경향신문>에 난 기사다. 바다직박구리란 새는 몸길이 겨우 20cm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새다. 1,100km를 나는 동안 충분히 먹어가면서, 쉬어가면서 날개를 퍼덕였을까?
시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바람에 몸을 맡겨, 바람이 보내주는 만큼 이동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역풍이 불어올 때는 그 바람과 맞서 맹렬히 싸워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며칠 동안 갔던 거리를 원위치 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 비를 만날 때는? 태풍을 만날 때는?
새는 하늘을 날고 광야를 종주한다. 광야마저 답답하거든 대기권 저 위, 무한한 하늘로 솟구치라고 시인은 하늘을 나는 새에게 외친다. 철새 중에는 1,100km가 아니라 훨씬 더 먼 거리를 날아가는 새들도 많다. 그런데 새들은 조류독감을 퍼뜨린다고 종종 수난을 당한다. 20세기 100년 동안 멸종한 조류가 100종이 넘는다. 나는 요즘엔 그 어떤 새소리를 들어도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