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아이
이준관
아파서
아파트 창밖만 바라보는 아이
낮달처럼
얼굴이 하이얀 아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몇 명이나 되는지
손가락으로 세어봅니다
목련나무에
목련꽃 몇 송이나 피었는지
손가락으로 세어봅니다
병이 나으면
하고 싶은 일
손가락으로 세어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보고
또 세어봅니다
ㅡ『얘들아, 우리 아파트에 놀러 와』(고래책방, 2023)

<해설>
이 세상은 아픈 아이들이 있다. 소아암, 소아당뇨, 소아비만……. 이런 병 외에도 수많은 질병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들려오는 뉴스는 소아과 전공 기피 현상이 심해져 소아과 폐과 지역이 속출, 지역에 따라 의사 선생님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산모에게 지원금을 팍팍 주면서 지방 살리기를 지방자치단체마다 하고 있지만 아기가 아플 때 급히 데리고 가야 할 병원이 수백 리 바깥에 있는데 누가 서울과 경기도에 살려고 하지 않겠는가.
이준관 시인은 아파서 집에만 있는 외로운 아이에게 조명을 비추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오늘은 세 명, 오늘은 다섯 명, 오늘은 일곱 명……. 얼마나 부러웠을까. 목련꽃 송이의 수를 세어보기도 한다. 설마, 일찍 피고 일찍 지는 꽃의 운명을 자신한테 빗대본 것은 아닐까. 동시 속의 아이는 그래도 나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님은 아실 것이다. 시인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방영으로 유명해진 ‘오징어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대유행을 했던 놀이였다. 친구들하고 시냇가에 놀러 가면 걔들이 벗어놓은 옷을 지키는 것이 내 몫이었다. 물에 들어가 헤엄도 치고 물장난도 하며 노는 아이들이 나를 끼워주지 않았다. 저 아이랑 같이 놀았다가는 다리든 손목이든 부러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줄 만큼 몸이 약했다. 수영을 배우지도 못했고 여러 의사가 경고해 아직 담배를 한 개비도 피워보지 못했다. 이 몸으로 이 나이까지 살고 있다. 세상에는 아픈 아이, 병약한 아이들이 많이 있으니 의학 공부를 하는 의대생들 중에 전공을 소아과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참 좋겠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