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259) 생명의 신비를 어떻게 가르칠까―최향숙의 「달걀 속의 비밀」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259) 생명의 신비를 어떻게 가르칠까―최향숙의 「달걀 속의 비밀」
  • 이승하
  • 승인 2023.09.17 15:50
  • 댓글 0
  • 조회수 158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지=한송희 에디터

달걀 속의 비밀 

최향숙 


삐악삐악 
삐악 속
가만히 귀 기울여 봐!

― 눈 있다
―코 있다
―입도 있단다.

참 참
신기한 세상이
꿈틀대는 바다도

동그란 우주 안
엄마 사랑
숨었다

숨어 있단다.

ㅡ『PEN문학』(2023년 7ㆍ8월호)

이미지=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아이들에게 생명체 탄생의 신비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필요한데, 이 동시는 바로 그런 가르침을 주는 아주 좋은 텍스트이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앞에 병아리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병아리를 한두 마리 사 와서 키우는 동안 얼마나 신기해 했던가. 똥을 싸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문제였지만 병아리가 점점 자라 닭이 되는 동안 아이는 생명을 가진 것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되고 예쁜지 알게 된다.

 암탉이 유정란을 낳으면 품는다. 품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안다. 동그란 달걀 안은 액체였는데, 그 안에서 바다가 있다. 우주가 있다. 이윽고 달걀의 껍질이 깨지고 병아리가 태어나서 삐악삐악 소리를 낸다.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입도 있다. 사람도 그렇다. 갖출 것 다 갖추고서 엄마 뱃속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와 고고지성으로 자신의 탄생을 알린다. 엄마가 동그란 우주를 품을 수 있었던 것은 훗날 태어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얘기해주는 것이 성교육이 아닐까.

 해설자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단 한 시간도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임신과 피임, 순결과 위생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생명체의 고귀함에 대한 교육 말이다. 매미가 우는 나무 기둥 앞으로 데리고 가서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의 신비를 얘기해주는 교사가 있으면 좋겠다. 닭이 달걀을 품고, 줄탁동시로 병아리가 태어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너희들은 다른 방식으로 태어났지만 엄마의 열 달 동안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다고 얘기해주는 교사가 있으면 좋겠다. 생명체는 신비롭고 고귀한 것임을 어릴 때부터 이 땅의 아이들이 느낀다면 살인사건도 줄어들 것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