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사회에서 목소리 높였던 열 명의 여성 작가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남성중심사회에서 목소리 높였던 열 명의 여성 작가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3.18 18:07
  • 댓글 0
  • 조회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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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장편소설 '벨 자'(1963)는 53년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 체험이 담겨있다. 장편소설 '벨 자'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가진 비극적 면모를 드러낸다. 독자가 느끼는 감정적 파고는 거칠고 세며, 세상의 유리 벽 안에 갇혀 숨이 막힐 것 같은 여성 독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벨 자(Bell jar)'는 종 모양의 유리 그릇을 말한다. 실비아는 벨 자에 갇힌 여성의 참혹한 실체를 소설을 통해 까발린다. 

여성 차별의 상징인 유리천장은 벨 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각 분야의 최종 단계에 오르고자 할 때 끝내 부딪히고야 마는 유리천장.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이화경, 행성B 출판) 중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는 이화경 소설가가 여성 작가 열 명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에세이다. 열 명의 여성 작가는 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로자 룩셈부르크, 시몬 드 보부아르, 잉게보르크 바흐만,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프랑수아즈 사강, 실비아 플라스, 제인 오스틴이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 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시대의 아웃사이더였다.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갇혀 살지 않았던 '불온한' 여성들이며, 목소리를 높이고 실천하며 기존 시스템을 흔들어 놓았다.

도서 표지 <사진 = 출판사 제공>

저자는 "그녀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정확한 앎이며, 누군가의 삶을 대신하는 삶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는 삶"이었다며 "사랑하는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진지하게 숙고하고, 그 삶의 심층부로 기꺼이 파고들어 가기 위해 생전체를 걸고 파득거린 이들"이었다고 말한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는 저자가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추동력이 되어 준 여성 작가 열 명의 삶을 들여다보며 뜨겁게 교감한 기록이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일화로부터 80년 5월 18일 "무사태평했던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자신을 이끌어낸다. 부부싸움 후 가출하며 가지고 온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으로부터 완고한 가부장제에 틈을 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을 이끈다.
 

"어디선가 바람결을 타고 로자 룩셈부르크라는 이국적인 여성 혁명가의 이름이 들려왔다. 남학생들 대부분이 레닌과 마르크스에게 매혹되었던 그때, 그녀가 내게로 희미한 실루엣을 보이며 걸어왔다."며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을 이끌어낸다.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에서 조명하는 열 명의 여성 작가는 우리 시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계 내의 남성중심적 시스템과 위계에 의한 폭력에 대한 성찰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목소리가 커지곤 있으나 유리천장은 견고해보인다. 좌절할 것 같을 때에, 지금보다도 더욱 가부장제가 견고했던 시절 여성 작가들의 치열한 삶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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