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연소 신춘문예 데뷔자를 만나다, 경향신문 당선자 남궁지혜 작가
2017년 최연소 신춘문예 데뷔자를 만나다, 경향신문 당선자 남궁지혜 작가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3.24 22:52
  • 댓글 0
  • 조회수 1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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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의 기쁨이 끝난 후 얼마 안 가 두려워졌다."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신춘문예는 비록 예전보다 위상은 줄었지만, 여전히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에도 25개 신문사에서 소설가, 시인, 아동문학 작가 등 총 108명의 신진 작가들이 데뷔했다. 신진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작 <신다>(링크)다.

신춘문예 당선작 '신다' <사진 = 경향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단편소설 <신다>는 탈북녀인 '신다'와 동거남인 10년 차 발골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발골사인 주인공은 신다를 보며 '돼지 같은 년'이라고 폄훼하면서도 신다의 육체를 탐하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한다. 

주인공이 신다에게 갖는 애정은 비틀려있지만, 이전 시대 남성의 '상당히' 일반적인 애정관이기도 하다. 소유욕과 독점욕, 그런데도 이미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성을 깎아내리기에 거침없는. 내 손으로 부수면 부쉈지 남 주기는 아까운.

작가는 소설 여기저기에 신다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배치한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동료인 장 씨의 대화도 그중 하나다.

 

「걔 탈북한 애예요. 부모는 무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씨가 얼굴을 들이댔다. 뭐야. 네가 거두고 키우는 거야? 공부까지 시켜 달래서 저번주엔 교육원도 보냈는데요. 장씨가 거북한 웃음소리를 냈다. 당돌한 년이네. 밤일 잘하나보지? 

(중략) 

그 돈으로 차라리 에어컨이나 사달라고 하면 몰라. 안 그래요, 아저씨?”

장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려, 그냥.” 

장씨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콧등을 쓸었다.」

 

주인공은 직장 동료인 장씨에게 '신다'에 대한 불평을 쏟아낸다. '신다'가 바란 것은 자신을 교육원에 보내줄 것이었다. 장씨는 "때려, 그냥"이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콧등을 쓸어낸다. '아내', '동거인' 또는 '여성'과의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라고 조언하는 장씨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단면 중 하나다.

주인공은 신다를 떠올리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늘어지도록 잠을 자며 밥을 축내는 저 돼지가 뭐라고, 나는 이토록 신다 너를 버릴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소유하고 일방적으로 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그리고 언제건 자신이 끝낼 수 있다는 어리숙한 생각은 신다가 주인공을 떠나가도 변하지 않는다. 일말의 반성 없이 주인공은 오히려 자기 안의 신다를 파괴한다. 

 

「이게 신다 다 널 위한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앞다리에 붙어있는 항정살을 떼어냈다. 신다의 뼈가 하얗게 드러났다. 그건 생각보다 더 흥분되는 일이었다. 먼저 다른 작업을 끝낸 장씨가 신다의 몸통으로 칼을 가져갔다. 손대지 말라고 소리 질렀다. 장씨가 미친놈이라고 헛웃음 쳤다.」

소설은 주인공의 내적 경험으로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신다를 객체화하는 주인공의 '목소리'는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어떤 지점들을 꼬집는다.

작품의 심사위원으로는 윤대녕 소설가와 김형경 소설가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신다>를 가리켜 "연민과 경멸, 애착과 분노가 파도처럼 너울대는 그 과정은 이른바 ‘여혐’이라 불리는 현상에 가서 닿는다. 좋은 문학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한다. 통념을 뒤엎고 회피한 진실을 눈앞에 들이밀기 때문이다. <신다>를 읽는 동안 여러 번 마음이 불편했다."라고 평가했다. 그 말대로 신다는 불편한 소설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광주대 문예창작과 학생들과 남궁지혜 씨 <사진 = 이민우 기자>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가 불과 이제 막 대학교에 올라온 2학년 학부생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뉴스페이퍼에서는 <신다>를 쓴 남궁지혜 씨를 찾아 광주대학교를 찾아가보았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소설 소모임 '소바라기'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는 남궁지혜 씨는 동기들과 함께 뉴스페이퍼 취재진을 반겨주었다.  

인터뷰는 남궁지혜 씨의 동기들과 함께 충장로 인근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킨 남궁지혜씨는 동기들과 담소를 나누며 밝은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의 첫 질문은 올해 신춘문예 최연소 데뷔자로써 그 감회에 대한 것이었다.

남궁지혜 씨는 작가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며 "예전부터 막연하게 달려만 왔던 목표가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기분이 이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곤 "중학교 때부터 작가가 된 내 모습을 상상했는데 꿈이 이루어져 너무나도 기뻤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그 후 잠시 한숨을 쉬듯 숨을 고르던 남궁지혜 씨는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기쁨이 끝난 후에 얼마 안 가 두려워졌다."며 "사실 글을 쓰다가 문득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인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포기해버리려는 순간들이 많았었다."고 고백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언제라도 글을 버릴 수 있는 사람처럼 굴었는데, 이젠 그렇게 하기도 싫고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며 자신이 작가가 되었음을 의식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남궁지혜 씨는 자신의 글을 심사했던 윤후명 작가로부터 "너무 어려서 작가로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지 잠시 고민했지만, 충분히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남궁지혜 씨는 "전보다 더 진중하고 열정적으로 내 글과 문학을 사랑하고 싶다." 며 작가로서의 책임감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남궁지혜씨<사진 = 이민우 기자>

아래는 남궁지혜 작가와 인터뷰 전문이다.

Q. 글은 언제부터 쓰게 됐는가?

A.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엄마가 어려서부터 꼭 독후감 숙제나 일기 숙제를 내주셨는데 그게 습관이 돼서 글 쓰는 게 좋았다. 그렇게 중학교 올라오자마자 창작을 했는데, 처음에는 시였고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소설이었다. 처음으로 단편을 만들어서 대산에 냈었는데 그 때 정말 포기하려는 마음으로 냈었다. 혼자 무언가를 계속해서 써내려간다는 게 너무 고독하고 힘들었다. 대회나 백일장을 나가도 입선에도 못 들었으니 아무래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늘 돌아왔다. 글 밖에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Q.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것들이 영향이 있었는가?

A. 광주대 문예창작과에 오지 않았더라면, ‘신다’도 나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문학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안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공부였다. 특히 합평수업에서 내 글에 대해 객관적이고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걸 바로 듣고 피드백 해줄 수 있는 게 좋았다. 좁은 우물에서 겨우 빠져나온 느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마음껏 쓸 수 있다라는 게 무엇보다 즐거웠다.

Q. 신춘문예 당선작에서 등장하는 신다는 어떻게 만들어진 캐릭터인가?

작년 여름에 영화를 찍는다고 광주에 있었는데 에어컨이 고장났다. 너무 더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누워 있는 게 다였다. 그러다 보니 삶이 무기력해지고 서럽고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겼다. 그때 신다를 처음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삶의 무기력한 것들이 신다를 만든 것 같다.  

Q. 작가로서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었는가?

내가 아직 작가라는 것이 실감이 안난다. 학교생활을 하고 있고 여전히 글은 잘 안 써진다. 난 아직도 일반 대학생 같다. 다만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가진 지위도 그렇고, 나 역시 성차별을 받아본 적이 있고 여자로서 한계를 느낀 적도 있다. 이런 사회에 대해 억지로라도 상처를 해집고 싶다. 불편한 것들을 꼬집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책임 의식이라고도 생각한다.

Q.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쓰겠습니다. 열심히 쓸게요. 

남궁지혜 씨와의 인터뷰가 끝났을 무렵에는 이미 밖이 어두워져 있었다. 남궁지혜 씨와 그녀의 동기들과 헤어지며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하였다.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남궁지혜 씨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내놓을지 기대된다. 신인 작가의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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