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에서 쓴 자필회고록…‘사지를 넘어 귀향까지’ 일본어판 출간
탄광에서 쓴 자필회고록…‘사지를 넘어 귀향까지’ 일본어판 출간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7.04.03 15:18
  • 댓글 0
  • 조회수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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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 소년의 죽음에 모두 소리 없는 축복을 보내고 있었다. 지옥 같은 노동과 굶주림과 구타에서 일찍 해방된 그 소년의 죽음을 차라리 부러워하고 있었다. 지옥 같은 그 막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스페이퍼 = 임태균 기자] 15세 젊은 나이에 미쓰비시 탄광에 끌려가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 한 퇴직교사의 강제 징용 수기가 일본어판으로 출판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3일 이상업(李相業) 어르신(1928년생)의 지난해 소명출판에서 출간된 강제 징용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를 일본어판으로 다시 펴냈다고 밝혔다.

이번 출간은 ‘군함도’ 등 일제 강제징용 시설이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된 직후, 일본정부는 “조선인들에 대한 징용은 있었지만 그것이 강제 노동은 아니었다”고 강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피해자가 직접 겪은 강제 징용 실상이 무엇보다 일본 사회에 있는 그대로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는 단순히 수기가 아닌 일제의 강제징용을 고발하는 연구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하며 “일본에서 출간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여건이 좋지 못해 한국에서 출간되게 됐다. 이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단체들과 협력하여 해당 수기가 더욱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 일본어판, 소명출판 <사진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미쓰비시 탄광에 강제 징용

저자인 이상업 어르신은 15세 젊은 나이에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다. 일제의 발악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3년 11월경이었다. 당시 일제가 제정한 ‘징용령’에 의하면 만 17세 이상의 남자에 한해서만 노무자로 동원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지만 규정조차 무시되었다.

그가 끌려간 후쿠오카현 가미야마다(上山田) 탄광은 2015년 7월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록된 하시마(군함도)와 같은 미쓰비시 광업 소속의 탄광으로, 해당 계열 탄광에는 모두 2만 명이 넘는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실상이 인터뷰나 구술집 형태로 소개된 것은 있었지만, 피해자 본인이 직접 쓴 체험 수기는 매우 귀한 편이다’고 알려왔다.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 입법을 위한 일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일본어판 추천사를 통해 “이상업 어르신의 수기는 전쟁 중 일본 탄광에 조선인이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어떤 환경, 노동 조건하에서 일하고 있었는지를 알도록 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며 “하시마에 있어 탄광 노동,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해 어떻게 취급했는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 책 출간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수기는 강제연행・강제노동을 부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제 체험을 들어 반증하는 것”이라며 “수기를 통해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이 없었다든지, 차별은 없었고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는 선전이 허위인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번역은 오랫동안 한일 관계 문제와 문화재 반환 문제를 연구해 온 재일 한국인 2세인, 이양수 한일회담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 사무국 차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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