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멸하는 밤
깨진 거울은 나무가 되고
낮은 곳에서 시작 되는 것,
지켜내지 못한 것들이
그, 밤으로부터 구부러집니다.
잠들이 무너지는 밤
당신을 옆을 지키지 못한 삼일동안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당신을 부르러 갑니다.
창밖의 별들이 보랏빛으로 자라고
어제의 죽은 별들을 바라봅니다.
그날을 잃어버린 그믐의 표정을
별들을, 멀리 두고 오고 싶었습니다.
설명하지 않은 것 따위들을
겁이 나지 않느냐고,
돌아와야 하는 거실은 불이 켜지는데
별자리는 찬란하게 무성합니다.
나의 입술이 열리고
나는 새 한 마리,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당신을 밀어내러 갑니다.
그리운 것들을
마음으로 밀다보면 그곳으로,
이곳으로 새가 앉고
그리웁거나 그리다 만 것들
새것, 새어가는 것, 새가는 것
많은 새들이 나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모양이 있다면
그것은 새의 깃
아직 세우지 못한 빛들이 젖어듭니다.
밀어 넣지 못한 말들이
오랫동안 휘어져 있기를
돌아오는 담장 너머
웅크리고 한참을 글썽이다
나는 나무 한그루 되고,
몇 개의 잎사귀가 남아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소리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꿈을 꾸어도 되는지
자꾸만 당신의 잠을 생각하는 밤
너무나 많은 나는 다시,
잠이 듭니다.
<시작노트 >
소멸한다는 것
우리가 잠드는 것은 어쩌면, 매일 매일 죽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꿈을 꾸는 시간은 우리가 점점 소멸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죽음은 언제나 낯설다.
당신을 떠나보낸 뒤의 시간을,
지켜내지 못하는 시간들을,
견뎌야 하는 것들을,
누구에게나 낯설고 힘든 시간들이다.
얼마 전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모두가 섬처럼 둥둥 떠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국화꽃 한송이를 내려놓고 왔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바람이 불어왔고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당신의 죽음은 어떤 모양으로 있는가?
언제인가 단 한번 맞이해야 하는 일,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일,
그것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
나의 죽음은 어떤 모양일까?
잠시 꿈을 꾼 것 같았다.
잠시 죽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다시 나는 잠이 들것이고
우리는 또 다시 죽는 연습해야 된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