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8) / 이웃사촌 - 오영록의 ‘신고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8) / 이웃사촌 - 오영록의 ‘신고합니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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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8) / 이웃사촌 - 오영록의 ‘신고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8) / 이웃사촌 - 오영록의 ‘신고합니다’

  신고합니다

  오영록


  옆집 새로 이사 왔다

  시계를 거는지
  액자를 다는지
  옷걸이를 거는지

  쿵쿵쿵
  쾅쾅쾅 
  텅텅텅

  화난 아빠
  벌떡 일어나며
  토요일 아침부터 너무하는 거 아냐

  아빠!
  새로 이사 왔다고
  인사하는 거잖아

  신고식 말이야
  그것도 몰라 

  —『동시발전소』제2호(2019년 여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8) / 이웃사촌 - 오영록의 ‘신고합니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이 동시 속 이야기의 사실성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화자가 아이인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새로 이사를 온 이웃이 망치질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 소리가 끝나기를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금요일 밤늦게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에게는 토요일 아침 시간이 꿈결이고 싶은데 이날은 그것이 안 된다.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났다. “토요일 아침부터 너무하는 거 아냐” 하고 소리치자 아이가 아빠를 달랜다. 새로 이사 왔다고 인사하는 거라고. 신고식도 모르냐고. 고놈 참 맹랑하다, 아빠한테 막 꾸지람을 하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구가 생각난다.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사건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가. 예전에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오래 통화한다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현실이 참으로 각박하기에 이웃사촌 간에 정이 더욱더 필요한 시대다. 이사 온 집에 보온병을 들고 가 차를 따라주는 이웃이 있다면 그 고마움,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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