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2) /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 김현욱의 ‘왕’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2) /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 김현욱의 ‘왕’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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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2) /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 김현욱의 ‘왕’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2) /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 김현욱의 ‘왕’

  왕 

  김현욱 

  조선 시대에는 
  태-정-태-세-문-단-세…… 왕들이
  백성을 다스렸다.

  요즘에는
  독-만-논-발-한-토-수…… 왕들이
  어른을 다스린다.

  독서왕, 만점왕, 논술왕, 발명왕, 한자왕, 토론왕, 수학왕…….

  미래에는
  또 어떤 피곤한 왕들이
  세상을 다스릴까? 

  —『어린이와 문학』(2019년 가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2) /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 김현욱의 ‘왕’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자기 아이가 영재라는 착각하고 있는 어른이 많다. 한때 이 땅에서는 ‘신동’이라고 하면서 매스컴을 탄 아이들이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에 노벨상을 안겨줄 듯이 매스컴에서는 난리를 쳤지만 그 아이들 중 비범한 과학자나 수학자가 된 경우가 있었던가? 없었다. 그 아이들은 평범한 또래 아이들보다 더욱 힘들게 살게 되었을 것이다. 

  왜 우리 어른은 아이가 독서왕, 만점왕, 논술왕, 발명왕, 한자왕, 토론왕, 수학왕이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상장을 많이 받은 이런 왕들은 자기 부모에게 큰소리를 뻥뻥 친다. 작은 과오는 묵인이 되고 큰 과오는 용서가 된다. 왕이 왕왕 정상적인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깨뜨린다.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한 명이듯 각 분야에서도 왕이 한 명이면 된다. 너나없이 왕이 되려고 하면 어른은 기형아를 키우면서 신음하게 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상처받는다. 아이들이 “피곤한 왕들”이 되면 우리의 미래사회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꼭 왕이 될 필요는 없으니 너무 강요하지 말자. 1등을 하다가 3등을 할 수도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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