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1) / 멸종할 지경인 된 붉은발말똥게 - 이현복의 ‘마지막 여행’
마지막 여행
이현복
갈대 줄기 아래 엎드려 미동도 없다
달을 보고 있다
달이 말똥게의 눈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말똥게의 발이 달을 꽉 잡고 갉아 먹고 있다
말똥게가
보름달을 그믐으로 끌고 갈 때
어둠이 익어 말랑해지면
알들이 깨어난다
붉은발말똥게 새끼들이
제 등짝만 한 강물을 끌고 바다로 간다
사대강 사업에 습지가 사라졌다
붉은발말똥게는 집을 잃었다
—『누군가의 웃음이 나를 살린다』(문학의전당, 2019)

<해설>
4대강 사업이 입법화될 때도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대통령은 국가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리 관리라고 주장했고 환경론자들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가치 없는 개발임을 주장했다. 어쨌거나 이명박 정부는 강행하였고 4대강은 굽이굽이 흘러가던 강의 모습을 잃었다. 강물을 보(堡)에 가두었으니 녹조현상이 심해진 것은 물론 수많은 생명체가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 뒤로 큰 홍수가 안 났으니 치수를 잘한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와 강이 원래의 모습과 기능을 잃게 된 것은 국토의 분단만큼 엄청난 비극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금도 맞서고 있다.
시인은 그런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말똥게와 그 일종인 붉은발말똥게가 달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변화인 조금과 사리 때 달과 함께 놀았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게들이 다 죽어 그렇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말똥게는 바위겟과의 갑각류로 등은 울퉁불퉁하고 집게발은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민물에 가까운 바닷가에 구멍을 파고 사는데 멸종할 지경에 이르렀다. 4대강 사업으로 말미암아 습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을 만들 때 모기가 날아들자 근처의 습지를 없앤다고 강줄기를 바꿨다. 그 바람에 애꿎게 검노랑해변쇠멧새가 멸종하고 말았다. 4대강 개발론자들은 말똥게 몇 종이 멸종할 것을 알았어도 강행했을 것이다. 모든 생명의 종은 먹이사슬로 얽혀 있어서 한 종의 멸종은 다른 종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명체 분류학이 시작된 이후 기록되어 있던 동식물 중 멸종한 것은 726종이라 한다. 이 조사는 1999년도에 한 것이다. 우리 인간이 종의 분류를 했던 생명체 중 현재 1,000종 이상이 멸종되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종은 인간이 아니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