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때 꿈을 적는 칸에 ‘문필가’라고 적어냈다. 그때는 시인이나 소설가라는 말을 몰랐으니 뭔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선생님이 ‘네가 이게 뭔지 알고 적어내느냐?’고 물은 기억이 난다. (웃음) 나는 그 꿈을 이뤘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글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 어쨌든 성공했다. 어릴 때 꿈을 이뤘으니 말이다.”
[뉴스페이퍼 = 김규용 기자]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 이상국 시인은 올해부터 2년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맡게 되었다. 한국작가회의와 동고동락한 지 어언 40여 년이 되어간다는 그는 그간 평회원, 이사, 부이사장,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책을 거쳐왔다.
지나온 세월만큼 쌓인 인연도 적지 않다. 한국작가회의와 관련해 떠오르는 일화를 질문하자 이상국 시인은 “병마와 싸우셨던 이문구 선생님과 백담사에서 인생, 문학을 이야기했던 기억을 포함해 그간 모셨던 이사장님들은 모두 문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과 당대에 같이 문학을 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으로 부임한 감회로는 “여러 가지 불비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중앙의 소통을 강조해온 회원들의 배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는 말과 함께 “뜻밖에 다가온 중책을 무겁게 받아들여서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여 한국작가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상국 시인은 강원도 양양 출신이다.
한국작가회의 사상 첫 직선제 선거로 당선된 사무총장 신현수 시인 역시 인천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인 이번 집행부 구성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이상국 시인은 “50년을 바라보는 한국작가회의 역사 속에 지역에 기반을 둔 이사장은 80년대 말 부산의 김정한 선생과 90년대 초 광주의 송기숙 선생이 계셨다.”라며 “엄중한 분위기였던 8, 90년대와는 다르게 2000년대에 와서는 비교적 우리 사회가 투명해졌다. 사무총장 후보로 나온 김희정 시인까지 모두가 지역 문인이라는 데에는 한국작가회의 회원 개개인이 한국문학의 중심이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간단한 소회를 나눈 후 ‘요즘의 문학’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상국 시인은 늘 생각하는 시론으로 공자가 말한 ‘평문(平門)’을 언급했다. 그는 “시란 특별한 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평범한 문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평문이란 대중성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실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이 들어와 같이 보고 같이 가는 일종의 리얼리즘 같은 것이다.”고 부연했다.
글을 쓸 수 있는 수많은 매체가 생겨나고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문학의 변하지 않는 가치로 대중 정서의 수용적 지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국 시인은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 중요하나 읽는 사람들을 넓게 포용하고 같이 갈 수 있는 문학이 살아있는 문학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2천 년대 리얼리즘 문학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국 시인은 “리얼리즘은 같은 현실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각이 갈리기 마련인데 언제든 문제가 없었던 사회는 없다. 정치, 노동, 불평등, 주변국과의 문제 등 심각도나 강약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며 “근본적으로 작가는 이러한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사회 참여적 특성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논란이 된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작권은 계약서상으로는 작가가 갑이지만, 실제로는 갑을 관계가 전도되는 면이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상국 시인은 “저작권은 작가에게 인권과 같은 것으로 갑을 간의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작가가 당면하기 힘든 문제나 부족한 전문성을 한국작가회의 차원에서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해 작가들이 권익을 잃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말로 작가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뉴스페이퍼 편집장과 본지 기자, 이상국 시인이 함께한 인터뷰 자리는 향후 문학의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과 적절한 긴장감을 약속하며 마무리 지어졌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된 이상국 시인과 사무총장 신현수 시인의 가볍지 않은 걸음이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