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에서
이호석
누군가의 생일날에 모인 가족들은
무슨 말을 할까 차라리
가까운 곳으로 소풍이나 떠날까
공원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축구공은 함께 몰려다니고
스티로폼 비행기가 혼자서 날아다닌다
돗자리 위에 주섬주섬 모인 어른들은
침묵하기 위해 계속 먹거나 졸았다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불자
공원은 순식간에 어항이 되어 버리고
바닥에 가라앉아 수면을 올려본다
나뭇잎에 일렁이는 햇빛의 산란
흰 구름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지난여름에 쥐어짠 더위가
빗방울처럼 후드득 떨어진다
그제야 누군가가
옷을 벗으며 주섬주섬 말을 부려 놓는다
인디언 서머 같네요
여름은 다 지나갔는데
얼음은 남았고
이호석
시인.
2018년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 수상. 실천문학사 편집장 역임. hoseak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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