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은 올해 20주년을 맞아, 예술가와 함께 대안영상예술문화의 문화적 토대를 닦고 새로운 영상문화의 도약에 기여하고자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를 공식 창립했다.
8월 20일 열린 창립총회 발대식에는 주류, 상업예술에서 다루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가들이 참여했으며,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참여 회원 중 일부만 참석해 진행됐다.
발대식은 그동안 협회 창립 준비를 이끌어온 네마프의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은 “네마프 20주년을 맞아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를 창립하게 되어 감회가 깊다. 나아가 함께 해주시는 협회 회원이자 동료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행사는 개최 선언을 시작으로 경과보고, 준비위원회 인사, 창립선언문 낭독, 축사, 이사 및 이사장 선출, 폐회 순으로 진행됐다.

백남준문화재단의 김홍희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네마프는 트린 T. 민하를 비롯한 국내외 액티비스트 페미니즘 비디오를 소개하며 페미니즘에 기초한 대안영상문화 사업을 수행해왔다. 오늘 창립하는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또한 주류 문화에 도전한다는 맥락에서 네마프의 감수성을 이어받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주체가 되리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심혜정, 홍이현숙, 한계륜 공동이사장이 선출됐다.
앞으로 (사)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는 거대한 자본 중심의 영상산업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정책적으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상황에 놓인 현장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대안영상예술을 보다 폭넓게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의 장을 마련하며 대안영상예술의 자리매김에 기여하는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본지는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창립을 준비하며 이끌어온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을 만나 더욱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대안영상예술이 생소한 독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안영상예술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대안영상예술은 주류 상업 미디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타자의 목소리를 더 담아내고 형식적으로도 진보적인 시도를 통해 표현하는 영상예술을 말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라는 단어 대신 영상예술이라고 칭하는 것은 영화가 매체로서는 필름, 장소적으로는 극장 상영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만 쓰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영화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영상 예술을 아우르기 위해 대안영상예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대안영상예술은 극장에서도 상영할 수 있고, 미술관에서 전시 형태로도 열릴 수 있고, 거리에서 영상설치 퍼포먼스로도 열릴 수 있습니다.
Q.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독립영화 등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독립영화는 제작방식에서 나온 명칭으로 큰 제작사나 시스템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합니다. 독립영화는 그 제작방식 때문에 대안영상예술의 범주에 들 확률이 상업영화보다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독립영화와 대안영상예술은 교집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죠.
Q. 그렇다면 영상 언어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가 되며 어떠한 가치를 지니나요?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모든 것은 영상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바야흐로 요즘은 누구나 쉽게 촬영, 편집이 가능한 영상글쓰기의 시대입니다. 아이들은 한글을 배우며 시, 수필, 일기, 소설, 동화, 동시 등을 직접 읽고, 창작해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예술의 글쓰기를 알게 되죠.
영상 글쓰기의 시대는 다양한 이미지 리터러시도 필요하지만 창작을 할 때 타자, 젠더, 예술감수성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길잡이도 필요하겠죠. 창작의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누군가의 삶을 침범하고 폭력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무기가 자신의 영상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안영상예술 작품만을 소개하는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에서는 실험영화를 만들든, 독립영화를 만들든, 상업영화를 만들든, 예술영화를 만들든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타자, 젠더, 예술감수성에 대한 스탠다드를 제공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요.

Q. 아직 한국에선 관련 생태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를 만드시게 된 이유는?
네마프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이란 행사명칭으로 오랫동안 불리었습니다. ‘뉴미디어’란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으로서의 미디어’를 뜻하는데 이 용어가 행사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뉴미디어영상예술이 곧 대안영상예술이기에 ‘대안영상예술’이라는 단어로 행사명도 바꾸고,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협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는 정말 많은 영화제들이 있는데요.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적합하게 집행되어야 할 영화제 지원 예산들이 네마프와 대안영상예술 지원에는 예산이 축소되고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안영상예술을 하는 창작자들도 정책적으로 적잘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열악한 경우에 처해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협회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Q. 어떤 분들이 참여했나요? 협회 주요 이사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협회 창립에 함께 해주신 분들은 발기인 명단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구요.
창립총회에서 홍이현숙, 심혜정, 한계륜 작가가 공동이사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3분은 워낙 대안영상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 협회를 잘 이끌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발기인 명단(33인)
강지영, 고동연, 곽은숙, 김가영, 김경묵, 김금미, 김세진, 김성호, 김장연호, 김해민, 김현주(창작), 김현주(연구, 창작), 김홍희, 남수영, 노영미, 문호경, 배윤호, 서영주, 설경숙, 송영애, 신보슬, 심혜정, 안정윤, 오재형, 유비호, 이양헌, 임창재, 전유신, 정찬철, 정희정, 한계륜, 함혜경, 홍이현숙
Q.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대안영상예술문화가 앞으로도 더 깊게 뿌리 내리길 소망하면서 대안영상예술 제작지원, 시장개척, 연구지원, 저작권 관련 연구, 아카이브 사업 등 많은 활동들을 할 예정입니다. 시민들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장도 더 폭넓게 만들어갈 계획이며 대안영상예술가의 저작권 보호와 자리매김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려고 합니다.

■참고- (사)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창립 선언문
우리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새로운 협의체인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를 창립한다.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는 예술가와 함께 대안영상예술문화의 문화적 토양이 되어 새로운 영상문화의 도약에 기여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의 대안영상예술은 초국적 자본 기반 거대 영상산업 하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작품이 제작되고 소개되어왔지만, 정책적으로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장 예술가들의 삶도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제는 누구나 다양한 영상 매체를 활용하여 영상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 창작품들이 반드시 거대 자본을 획득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인간의 근원적인 예술 활동이 존중받고, 다양한 대안영상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활동이 인정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창립을 통해 대안영상예술의 기획과 창작부터 시민 향유까지 문화적 토대를 다지고, 관련 이론을 연구하고, 정책을 추진하여, 직면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소통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우리가 제시하는 대안영상예술은
하나, 주류 예술 산업에서 소외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대안적인 내용과 형식의 창작행위이다.
둘, 빠르게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서 대안적, 예술적 가치의 학술적, 실제적 모색이다.
셋, 생산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환경에서 대중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영상 언어 탐구이다.
넷,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적극적인 협업이다.
우리는 한국 대안영상예술의 발전을 위해
첫째, 대안영상예술이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마련한다.
둘째, 시민이 대안영상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한다.
셋째, 대안영상예술의 지속적인 학술적 연구의 장을 마련한다.
넷째, 대안영상예술가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대안적 시장을 모색한다.
다섯째, 타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대안영상예술의 자리매김에 기여한다.
2020년 8월 20일 발기인 일동